숨 막히던 월요일
한주의 시작인 월요일은 보통 제일 바쁜 날이다.
주말에 밀린 일들까지 메일함이 터질 것처럼 쌓여있기 때문이다. 메일함에 아직 읽지 않은 메일 숫자가 쓰여있으면 불안하고 전부 다 읽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나는 일의 스피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게 답변을 요구하는 메일이 있으면 성격이 급해서 빨리 대답을 해야지만 될 것 같다. 답변을 재촉하는 chaser 이메일 받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눈앞에 일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pending 건을 견디는 것이 불편하다.
커버하는 범위가 아시아 지역만 했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미국과 유럽까지 하다 보니 시차 차이 때문에 간밤에도 역시 꾸준하게 온 메일로 인해 마치 눈송이가 하나둘씩 쌓여서 소복소복 눈 세상을 만들듯이 그렇게 금세 할 일들이 쌓여간다. 아무리 일하는 속도가 빠르더라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시장을 다루다 보니 우리 부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부서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마음처럼 일하는 속도가 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그 사이에 금방 일들이 쌓여가고, 어젠 한꺼번에 몰려드는 메일 때문에 문득 숨이 막힐 것처럼 현타가 왔다.
한 사람이 쏟아 낼 수 있는 에너지의 양도 한정되어있는데 인간적으로 이건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일 분량을 조절해달라고 제안해볼까란 생각도 들었다. 미팅 때 매니저님은, 부서 내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일이 예전보다 훨씬 바빠진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니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좀 늦게 일해도 괜찮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일거리가 빤히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느긋하게 쪼든 말든 기다리는 여유를 부리는 것이 잘 되지 않는다. 빨리빨리 일처리 하는 스피드를 중요하게 생각해 온 나로선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새벽부터 하루 종일 밀려드는 일을 하다가 결국 퇴근 후 넉다운되어서 그대로 널부러진채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아등바등 일하나란 생각의 레퍼토리가 다시 시작되었다. 부정적인 생각 구름들로 휩싸이기 전에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을 옮겨서 운동화 끈을 묶었다. 점점 커져가는 생각 구름의 무게를 털어내고 싶었다. 멍 때리는 것이 잘 안되다 보니 차라리 걸으면서 움직이는 게 낫겠다 싶었다. 동네 근처 산책로에서 풀잎 냄새를 맡으며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다니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 정도가 훌쩍 흘렀다. 그리고 복잡했던 머릿속도 조금은 맑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계속해서 스스로를 재촉하다간 결국 나중에 번아웃이 올지도 모르니, 천천히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일이 눈앞에 닥쳤다고 동동거리지 말고, 그럴수록 나를 제3자로 분리해서 객관화하고 상황 전체를 읽는 연습을 해야겠다. 모든 일을 전부 동시에 진행하면서 멀티태스킹을 하다 보면 집중도가 흩어지기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나씩 순서대로 차분하게 해결해야겠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듯이 명상도 하고 마음 챙기는 연습도 해야겠다. 일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 나를 해치는 스트레스 말고, 건강한 자극으로 받아들여야지. 그리고 정글같은 회사에서 나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나를 이렇게 필요로 하는 여러가지 일이 있다는 사실에도 감사함을 가져야겠다.
조금 천천히 가면 어때라는 여유 있는 생각, 앞으로 오랫동안 일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