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프로필 일러스트
다양한 컬러감을 담아 브러시를 통해 표현하는 메이크업을 좋아했던 이유는
사람들이 원하는 아름다움을 나의 손으로 직접 선사하는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디자이너셨던 아빠의 영향일 수도 있겠지만, 학창 시절 장래희망 칸에 화가를 써넣었을 만큼 하얀 도화지 위에 나의 세상을 자유롭게 펼치는 것이 좋다. 지금은 전혀 상관없는 회사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크업을 통해 창의적인 표현 예술의 갈증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 메이크업을 통해 타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에는 익숙한데 정작 나를 표현하는 것은 여전히 어색하다.
요즘 나를 드러내게 되는 시간이 잦아졌다. 특히 강의 제안을 받을 때 프로필 전송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의 오래된 예전 프로필 사진을 보내는 것이 쑥스러웠다. 그리고 프로필이란 나다움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근엄하게 앉아있는 프로필 사진만 봐서는 밋밋하기도 하고 별다른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프로필 일러스트라는 것을 보게 되었고, 나를 표현하는 색다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그려보고 싶기도 했지만 아이패드도 없고 디지털 드로잉 쪽은 전혀 모르는터라, 프로작가님께 작품을 요청드렸다. 일러스트 작가님과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나를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 참고 이미지들을 조사해보고, 어떤 포즈, 어떤 소품, 어떤 톤의 컬러가 어울릴지도 고민해보았다. 나를 최대한 잘 드러내기 위한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흰 백지 위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답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는 자유로움을 좋아하긴 하지만, 막상 그 대상이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보니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어렵기도 했다. 물론 작가님께서 일러스트를 그려주시는 것이긴 하지만, 작가님이 보다 잘 표현하시기 위해선 나에 대해서 설명을 구체적으로 잘 드려야 하는데, 생각만큼 명확하게 나를 떠올릴 수 있는, 원하는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또렷하게 이미지를 생각하기 어려웠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표현하고 싶은 모습이 여러 가지였기 때문이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정체성이 담겨있었으면, 그리고 프로페셔널들을 위한 커리어 코치로서의 이미지도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두 가지의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나의 이미지로 과연 어떻게 연결되게 담아낼 수 있을까 싶었다. 고민하면서 이것저것 참고 이미지들을 보내드리고 작가님의 작품을 기다리기로 했다. 이번 프로필 일러스트를 요청하면서 그냥 단순히 예쁜 그림을 기대한 다기보단, 그동안의 셀프 브랜딩에 대해서 돌이켜보고, 이미지화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나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결과 작품을 드디어 받았는데, 기대했던 것처럼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의 이미지와 프로페셔널한 이미지가 적절히 섞여 있어서 좋았다. 깨알 같은 화장품 소품이 내 앞에 놓여있고,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상징, 블랙 컬러 의상을 입되, 커리어우먼의 힐을 신은 당당함이 어우러진 모습까지 꽤 마음에 들었다. 작가님의 프로 실력으로 표현된 내 모습을 담은 일러스트가 탄생되어서 좋았다. 그리고 더불어 내가 직접 그려봤다면 과연 이렇게 예쁘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지만 항상 오프라인으로 종이 위에 연필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에만 익숙했는데,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서 디지털 드로잉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예쁜 일러스트를 보면서 흐뭇하기도 했지만, 이 그림에서 표현된 날씬한 모습을 닮아가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야겠단 동기부여도 받았다. 앞으로 프로필 일러스트를 사용하게 될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