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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Oct 11. 2021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일상의 리듬이 깨졌던 주말


한국 가는 계획을 어떻게 짜면 좋을까 머리가 꽉 찬 주말이었다. 


주말 동안 싱가포르에서는 한국 외에도 추가로 영국 미국을 비롯한 총 9개국의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한 격리 없는 트래블패스를 발표했다. 코로나를 영원히 퇴치하기 어려우니 앞으로 백신 접종을 한 여행객을 점점 받겠다는 시도인데, 그동안 여행에 목마른 사람들이 한꺼번에 예약을 하려고 한 건지, 싱가포르 항공사 사이트는 한 때 마비가 될 정도였다. 


아직 안 쓰고 모아둔 휴가를 억지로 찔끔찔끔 쓰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국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말 전에 산더미 같이 쌓인 일이 걸리긴 하지만, 2년 넘게 못 만난 가족을 만나는 것이 지금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짜를 계획하는데,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많은 것들이 예전과는 달라졌다. 아무리 한국에서 백신접종자가 자가격리 면제라고는 하지만, 입국 후에 PCR 검사를 한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진 자택에서 격리해야 하는 것, 그리고 6-7일 이후에 또다시 받아야 하는 검사. 그러고 나서 싱가포르 입국 전 48시간 내로 받아야 하는 PCR 검사, 그리고 싱가포르 들어오고 나서 또 받는다. 국내 입국 후에도 대중교통 사용이 제한되고 방역 택시 같은 것을 타야 하고, 자가격리 어플도 따로 받아야 한다. 가기도 전에 복잡한 절차들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왔다. 격리 없는 트래블 버블이라고 하지만, 검사를 여러 번 거쳐야 하는 절차로 인해 생각만큼 자유롭게 느껴지진 않는다. 


아주 길게 가는 휴가도 아니지만, 아직 코로나가 종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을 두고 가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다. 아직도 온라인 수업을 하는 와중에 내가 옆에서 챙겨주지 않고 방치되면 수습이 안되지 않을까, 아무리 헬퍼 언니가 있더라도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집안일이 엉망이 되지 않을까, 회사일도 내가 없는 동안 결제해야 할 일들이 많을 텐데 과연 잘 진행될 수 있을까. 온갖 종류의 걱정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주말 동안에도 항상 글을 쓰는 루틴을 유지했었는데, 이것저것 고민들이 생기다 보니 리듬이 깨져버렸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불안해서 그런가 글도 잘 안 써지는 것 같다. 게다가 주말 동안 우연히 회사폰을 확인했는데 밀려있는 일들을 보니 숨이 막힐 듯 답답해졌다. 


2년 넘게 가지 못했던 한국을 갈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건 분명하다. 한국 가는 백신 트래블패스 도입은 11월 15일에 된다고 하지만, 혹시라도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돌발변수로 작용할지 몰라서 하루라도 빨리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다.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긴 하지만, 지금 아니면 안 되는 이유들도 많으니까 분명히 가는 건 맞는데, 적당한 날짜를 정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불확실한 여러 가지 옵션들 사이에서 정확하게 선택을 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런저런 고민만 잔뜩 안고 있다가 결국 주말에도 비행기 예약은 하지 못했지만, 일단은 격리 면제서 결과가 나오길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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