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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Oct 14. 2021

불닭 볶음면 대신 순한 쌀국수를 닮고 싶다

글쓰기를 꾸준히 지속할수 있는 힘

미안한데 아시아 시각 새벽 5시인데 괜찮을까?너무 이른시간인거 이해하니까 의무사항은 아니야


미국팀과 컨퍼런스콜은 보통 밤 늦은 시각이었는데 이번엔 새벽으로 정해졌다며 뉴욕지사 동료가 미안한 말투를 담아 미팅 캘린더 초대장를 보냈다.


나의 기상시간은 새벽 4시반이기 때문에 사실 5시도 상관은 없었다. 새벽마다 하는 글쓰기 습관 덕분이다. 4시 30분이 되면 어김없이 알람이 울린다. 그리고 나는 커피물을 올리고 책상에 앉는다.


매일 새벽 글을 쓴다고 해서 누가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고, 잠이 덜깬 눈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분명 쉬운일이 아니다. 나의 일상을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쓰기 시작한 글들이지만, 꾸준히 하는것이,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필력도 부족한데 백날 써봤자 무엇하리라는 허무함이 몰려올때도 분명있다.


그래도 새벽기상 습관 덕분에 새벽 5시에 미국 지사와 컨퍼런스 콜을 무사히 끝내고, 일을 하고난 후 바쁜 마음으로 글을 썼다. 시간을 쪼개가면서 글을 쓰는 것이 힘에 부친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러다가 단숨에 초심으로 돌아갈 정도로 힘이 솟아날 때가 있다. 피곤함에 쩌들었다가도 홍삼 엑기스나 비타민을 잔뜩 챙겨먹은 듯한 느낌.


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다거나, 위안을 느꼈다거나 용기를 얻게되었다는 댓글을 발견할 때이다. 가끔 그런 댓글을 받으면 그동안 글쓰기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나의 글은 주로 커리어 관련 도전과 열정을 담고 있어서, 가끔은 너무 열심히 사는 스토리에서 배어나오는 치열함에 피곤해지거쓸데없이 재수없게 보이진 않을까란 걱정도 기도 하고, 동시에 흑역사같은 실패담을 담을 때면 혹시 나중에 흠이 되는건 아닐까 그냥 지워버릴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글을 쓰더라도 항상 내 경험에서 비롯된 진짜 이야기, 진정성을 담는다.


느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담백하면서도 마치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휴식같은 글을 쓰고싶다. 열심히 사는 스토리 안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법한 여유가 녹아있으면 하는 것이 욕심같기도 하다. 마치 핵불닭볶음면을 닮은 자극적인 글을 쓰다가도 사실은 순한 쌀국수를 닮았으면 하는 아이러니. 그런데 사실 새벽기상도 단편적으로 보면 치열해보이지만, 사실은 나만의 여유를 찾고싶어서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 보석같은 저마다의 스토리를 갖고있다. 그래서 꼭 나의 경험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전히 방황하고 헤매는 허당의 경험담이 과연 도움이 될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글을 쓸 때도 조심스럽다. 나의 글은 완성형이라기보다 진행형에 가깝다. 편집따위는 하나도 들어가지않은 날것의 라이브 생방송처럼 말이다. 그래도 나의 방황기덕분에 용기를 얻는 분이 계다니 오히려 고마웠고 엉성한 글이지만 졸린눈을 비벼가며 꾸준히 글을 써온 과거의 내가 기특하게 느껴졌다.


나의 글쓰기 비타민이 되어준 고마운 댓글을 보면서 다시 한번 다짐한다. 글에서 힘을 빼자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꾸밈없는 생얼같은 글이더라도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표지사진 출처: 얼큰한쌀국수+불닭볶음면(★★★)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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