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리어 아티스트 Oct 13. 2021

드디어 2년 만에 집으로 간다

영국인 동료와의 통화

회사에서 업무 때문에 통화를 할 때 항상 대화 초반에 ice breaking을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함께 일하는 동료 중에 영국 출신인 친구가 있는데, 오늘 통화 중 하이라이트는 바로 집에 가는 비행기표를 예매했다는 것이었다. 비행기 표를 사려는데 항공사 사이트가 마비돼서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만큼 고국행을 기다리거나 외국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또한 도시국가인 싱가포르 내에서 여행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라서 그런지 이번 트래블 버블 소식을 반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싱가포르가 영국과도 트래블 버블을 체결해서 2년 만에 영국에 있는 집에 다녀오게 되었다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마음이 짠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고향의 공기를 느끼면 눈물이 나올지도 모르겠어 라고 하던 말이 너무 공감이 되었다. 부모님을 만날 생각에 너무 기대된다는 그에게 고향에 가서 가족과 보내는 소중한 시간을 만끽하고 오라고 했다.


그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을지 나 역시 한국행을 고민하는 입장에서 공감이 되었다. 싱가포르에서는 고향을 떠나서 일하러 온 외국인이 많다. 그래서 휴가기간에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코로나 규제로 인해서 발이 꽁꽁 묶였던 지금까지 얼마나 갑갑했을까. 좁은 이곳에서 오랫동안 지낼 수 있었던 건 주변국들로 여행을 자주 갈 수 있어서, 본국으로 주기적으로 갈 수 있어서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여행가방엔 먼지 수북이 쌓였다.


아직 격리 면제서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최대한 빠른 시간 내로 한국에 가려고 생각 중이다. 싱가포르 격리 면제가 되는 트래블 버블이 시행되려면 11월 중순 이후로 가야 하지만 어제 새로운 소식을 들었. 외삼촌은 이제 호스피스로 옮기셨다고 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일정도 확정하기가 힘든 것 같다. 계속 다음에 가면 되지라고 미룰 수만도 없다. 코로나로 인해 얻은 교훈은 "다음"이라고 미루다가 그다음이라는 순간이 영영 멀리 달아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2년이라는 그리움의 시간을 커버하기엔 너무 짧은 일정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을 두고 가다 보니 길게 있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PCR 검사도 여러 번 해야 하고 싱가포르 돌아와서는 7일 자가격리도 해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비록 내가 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불편하고 무거운 마음을 계속 안고 있는 것도 아닌  같다.


여권을 꺼내보니 만기가 벌써 내년 2022로 쓰여있다. 벌써 1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구나. 한국행 비행기를 타면  항상 설렘과 두근거림만 한가득이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초조하고 불안할 것 같다. 그래도 한국의 가을 풍경을 하늘 위에서 바라보면 나도 어쩌면 코끝이 찡해질지도 모르겠다. 얼른 그리운 한국으로 가서 엄마에게 마음의 위로가 조금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렇게 굳은살이 조금씩 박혀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