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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Nov 11. 202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하고 싶다는 딸에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딸아이가 또렷한 한국어 발음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읊는다.

싱가포르에서 살아서 영어과 중국어는 유창하지만 한국어 교육이 항상 고민이었다. 

그런데 매우 정확한 발음과 익숙한 톤으로 그 문장을 말하는 게 너무 기특해서 아이고 너무 잘하네 라고 칭찬해주려던 참이었다.


별안간 딸아이는 눈동자를 마구마구 굴리더니 총을 맞고 쓰러지는 시늉을 했다.

이것은 무엇...-_-


다름 아닌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나온 영희 인형의 장면을 따라 하는 것이었다-_-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무슨 뜻이니 모르는 딸아이는 그것을 "오징어 게임"이라고 불렀다.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라고 했다. 


그건 원래 그런 게임이 아니라고, 한국에서 어린아이들이 노는 놀이의 일종이라고,

어디서 본 것이냐고 물어보니 유튜브에서 봤다고 한다.


어린 시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동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했던 적이 기억난다.

그 순수한 어린이 게임을 총을 맞아 죽는 게임이라고 이해하다니 ㅠㅠ역시 미디어의 폐해란...

아이들은 유튜브에서 영상을 접하고 본 것을 매우 빠르게 흡수하는 것 같다.

한국어를 잘해서 기특했는데 눈알을 굴리면서 죽는 게임이라고 하는 게 왠지 씁쓸했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와중에, 한국 콘텐츠라서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어른들이 보는 건 상관없지만, 어린이가 보기엔 확실히 잔인하고 폭력적이기에 그다지 좋은 콘텐츠는 아닌 것 같다. 드라마가 어린아이에게 노출되는 것을 우려하는 기사들도 종종 보인다.


넷플릭스를 어린아이들이 시청하진 않았지만 유튜브에서 워낙 많은 관련 영상과 패러디물들이 쏟아지는 터라 종종 알고리즘에 걸려서 나온 것을 아이들이 본 모양이다. 꼼꼼하지도 않고 게으른 엄마이지만, 앞으로 아이들이 보는 모든 콘텐츠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추억을 딸아이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눈동자를 굴리면서 총에 맞는 놀이가 아니란다ㅠㅠ


https://www.yna.co.kr/view/AKR20211014179451009

https://metro.co.uk/2021/10/11/schools-warns-parents-not-to-let-children-watch-squid-game-1540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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