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두려움
로켓에 올라타세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때에는 많은 충격이 있고 커리어는 알아서 성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회사의 미션이 별로 얘기가 안될 때에는 정체와 사내정치가 시작됩니다.
로켓에 자리가 나면 그 자리가 어디 위치했는지 따지지 마세요.
우선 올라타세요.
언젠가 유튜브에서 페이스북 COO 쉐릴 샌드버그의 하버드 졸업식 축사 영상을 보고 감명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나에겐 저렇게 로켓에 타는 기회가 오게 될지, 그리고 온다한들 과연 새로운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일지 궁금했었다.
지난 며칠 동안 굉장히 흥미로운 제안을 받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중이다. 전통적인 업종을 벗어나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업종으로의 도전을 제안받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분야이지만 급격하게 성장 중이고 분명히 미래의 비전이 밝은 곳이다. 그런데 결론이 잘 나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분명 이론적으로는 너무 흥미롭기도 하고 이제까지 해보지 않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라는 건 아는데, 마음 한편에서는 이미 안정적으로 잘 다니고 있는 회사인데, 물론 승진 후 일이 많아지긴 했지만, 사람들한테 인정도 받고 일도 잘 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곳을 박차고 나갈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도 든다. 한마디로 불만이 있다거나 굳이 나가야 하는 이유가 없다.
새로 제안받은 곳은 예전에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있다. 당시에 일했을 때도 일하는 스타일이 잘 맞았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게다가 요즘 새로운 분야로 주목받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잘 모르는 분야, 업종인 데다가 이제까지 다녀온 공룡 같은 대기업이라기보단 스타트업 분위기라서 만약 조인하게 되면 새로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분명히 지금보다는 바빠지고 도전적인 일이 될 것 같다. 지금도 물론 넓은 지역을 커버하지만, 그곳에서는 커버할 대상이 전 세계이기 때문이다. 새로 배우는 것, 성장하는 것, 재미있는 일을 좋아하긴 하지만 커리어에서 "재미"만을 보기엔 나의 현재 상태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 것 같다. 내년에 아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엄마로서 더 챙겨줘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일도 좋지만 그 외에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아예 새로운 업종으로 도전을 하는 건 너무 무리한 부담이 아닐까.
그렇게 접었다가도 문득 내가 로켓에 타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 분야가 로켓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20대의 도전을 좋아하는 나였다면 분명 시도해봄직 했을 일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 그동안 쌓아놓은 경력을 놓치기 싫어서 나도 모르게 안주하려고 하는 걸까. 만약 그 분야가 평소에 관심이 엄청나게 많았다거나, 더 알아보고 싶은 분야였다면 이렇게까지 고민은 안 했을 텐데, 미래는 분명히 그쪽이 맞는 것 같지만 어쩌면 시기상조일 수도 있고, 너무 이를 수도 있다는 보수적인 생각이 가로막는다. 그쪽으로의 선택이 일종의 도박 같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제안을 받으면서 나는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동시에 커리어의 "안정감"도 역시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고민을 해봐도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는데, 어떤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미련은 똑같이 남을 것 같다. 그냥 남게 되면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아쉬운 미련, 새로 그곳으로 가게 되면 이미 잘 쌓아가고 있는 커리어 트랙이 꼬이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 간극 사이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이 왔다 갔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게 되든 내가 그것을 좋은 선택으로 만들면 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