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에 도움을 준 질문 하나
만약 새로운 도전을 했는데
실패를 하면 어떻게 할까.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선택의 기로에서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봤다.
막상 해봤는데 안될 수도 있다. 내 역량이 부족할 수도 있고, 타이밍이 안 좋아서 잘 안 풀릴 수도 있다. 사람 일이란 겪어보지 않고선 모르는 거니까. 과연 그때 다시 이 업계로 돌아오지 못할까? 이미 한 업종에서 오랫동안 경력이 쌓았기에 그건 아닐 것 같았다. 물론 잡서칭을 하고 이력서를 내고 면접이라는 귀찮은 과정을 또다시 거쳐야 하겠지만, 직업을 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만약 지금 기회를 놓치면 업종 변경의 기회는 아마 쉽게 오지 않을 것 같다. 굳이 업종을 변경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낀 건 아니었지만, 새로운 일의 내용을 들어보니 다이내믹한 부분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 이 분야를 잘 아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도 끌린다. 내가 잘하는 장점들을 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20대의 젊은 패기는 없지만, 30대의 막판 도전으로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모르는 세계라는 두려움을 딛고 나는 도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성장>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두고 보면 이번 도전은 리스크는 크지만 분명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의 변화가 커리어의 끝은 아닐 것 같다. 아마 그곳에 가면 또 다른 세계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지금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안정감이 좋아서 그냥 주저앉게 되면 다른 세계를 영영 모르고 지낼 수도 있다는 것이 어쩌면 더 리스크가 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막상 해보니 쉽지 않거나, 망하더라도(?) 충분히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베트남어를 하는 것도, 해외취업을 동남아인 싱가포르에 온 것도, 당시에 주변에서 흔하게 가지 않았던 길이었다. 그러나 항상 남들이 잘 가지 않은 길에서 기회를 더 많이 찾았던 나였기에, 그냥 나답게, 이번 기회도 그냥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도전했는데 힘들면 그냥 다시 돌아오면 되니까.
아무것도 없이 트롤리 하나 끌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던 미지의 세계, 싱가포르에 오던 20대의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