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터에서 여전히 적응 중인데 점점 회사가 좋아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 덕분인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이 다양한 백그라운드 출신일 때, 그래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거나 배울 점이 있을 때 나도 성장한다는 자극을 받는다. 나와 같은 팀에 있는 동료 중 한 분은 유명 글로벌 빅 테크 회사 출신이다. 회사 브랜드, 베네핏, 연봉 전부 업계 상위 수준인 곳에서 어쩌면 모험이라고 할 수도 있을 스타트업 환경으로 이직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하자 그가 대답했다.
일이 재미가 없었거든요
회사 브랜드만으로도 충분히 세일즈가 일어나고, 굳이 내가 특별한 노력을 투자하지 않아도 저절로 실적이 나는 곳이었기에 재미가 없었다고 한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대우도 좋고 보상도 잘 나오기에 은퇴(?) 시점에 다니기엔 정말 나무랄 데가 없는 곳이라고 했다. 그에 비해 이분야는 아직 새로운 개념이라 체계가 안 잡혀있고 혼란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한 만큼의 임팩트를 바로 느낄 수 있는 곳 같아서 그 부분이 흥미롭다고 했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은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세상의 흐름을 남들보다 앞서서, 최전선에서 부딪혀볼 수 있는 경험도 마음에 든다고 했다.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그만의 기준으로 일을 바라보는 동료 모습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하는 회사나 직무라고 하더라도 내가 만족하지 않는다면 그곳은 오랫동안 커리어를 쌓으며 머무르기어려운 것 같다. 그도 역시 나의 이직 이유를 궁금해했다. 그는 같은 테크 업계이기에 그래도 이질감이 덜했지만, 전혀 다른 업계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은 내가 굳이 업종을 바꾸면서까지 도전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다. 그의 질문을 듣고 다시 한번 도전을 결심한 순간을 생각해 보았다. 사실 나는 그처럼 일이 재미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일이 많긴 했지만 재미있었고 나의 적성에도 맞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너무 좋았고, 회사 문화도 마음에 들었고 굳이 나갈 이유가 없던 곳이었다. 한참 생각하다가말을 꺼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요
나의 가치를 높이는데 중요한 건,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가, 내가 얼마큼 즐기면서 할 수 있는가도 있지만, 내가 시장에서 얼마나 차별화된 스킬을 갖고 있는가 인 것 같다. 요즘 핫한 NFT에서 "대체 불가능한"이라는 개념은 인재 시장에서도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좋다니까 나도 해봐야지 하는 게 아니라,남들이 잘 못하는 것을 잘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매력 있는 인재가 되는 것이야말로 커리어 개발에 있어서 훨씬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회는 아직 시장에서 생소한 분야고,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에 지금을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막상 일을 시작하고 보니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배워야 할 것들이 많고 매일매일 새로움과 마주하는 게 힘에 부치기도 하다. 수많은 미팅에 들어가지만 생소한 개념에 대해 다루는 터라 그냥 듣고만 있을 때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느껴져서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주말이 되면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는 건지 늦잠을 자기도 하고 루틴이 흐트러진다. 실수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엉망진창인 하루가 되는 것 같은 마음이 들 때면 열심히 노력이고 뭐고 다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굳이 왜 사서 고생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물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선택한 것이니까,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달래고 마음을 다 잡아본다. 동기부여가 약해지려고 할 때면 주변의 멋진 동료들로부터 자극을 받으면서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면 되니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결정했던 그 순간의 마음가짐을 다시 떠올려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