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마운 친구들에게

Pay it forward

by 커리어 아티스트

오랜 시간 동안 경력을 쌓으면서 나의 업무 중 가장 중심이 되는 키워드는 바로 "사람"이었다.


Relationship Manager라는 업무는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내부 부서 사람들, 그리고 외부 고객들과 사람들 간의 관계를 다루는 일이 많기 때문에 능숙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필요하다. 미팅이 많고, 행간이나 침묵 사이의 미묘한 뉘앙스나 분위기도 잘 읽어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들을 대하는 일은 때로는 어렵지만, 때로는 보람 있는 일이다. 요즘 들어 생각지도 못했던 친구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더욱 짙어진다.


이제까지 경력을 쌓은 업종이 금융권이었던 터라, 새로운 곳에서는 전혀 관련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예전에 알았던 동료들과 다시 이어지고, 이야기하게 되면서 친구들이 도움을 주려고 한다. 내가 포스팅한 글을 굳이 내가 요청하지 않아도 대신 리트윗 해주고, 어떻게든 본인의 인맥을 활용해서 연결해주려고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고마움을 느끼는 동시에 나 역시 친구들에게 꼭 보답을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새로운 일은 다양한 업종을 넘나드는 일이라 넓은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친구들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미팅들을 성사시키고 있다.


어제는 중요한 거래처 회의가 있던 날이었다. 미팅 시간이 지났는데 리드하는 동료가 늦어지는 것 같아서 미팅 요약 노트를 대신 쓰고 있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본의 아니게 회의에 지각한 동료는 허겁지겁 당황한 표정이었다. 따로 그녀가 부탁한 것은 아니었지만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중요한 요점이 담긴 노트 챙겨서 보내주었고 동료는 많이 고마워했다. 따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것이었는데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에 오히려 내가 마음이 더 흐뭇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영리 추구, 가치의 시각화, 비즈니스 관계와 같은 개념 때문에 이해관계가 있어야 맺어지는 네트워크를 하게 된다. 바쁜 시간을 쪼개면서 미팅을 하는 것이라서 소통의 효율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모두 "사람"이기에 차가운 이성보다는 따뜻한 감성이 더 와닿게 되는 것 같다. 일을 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바로 댓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도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 받은 뜻밖의 친절, 미팅 후 좌절하던 순간 동료가 커피를 건네주면서 건넨 따뜻한 격려이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도 나에게 그런 마음이었을까. 따로 보상이나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그저 도와주고 싶은 순도 100프로의 고운 마음 말이다. 나도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마주하게 되면 기꺼이 도와주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