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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Apr 01. 2022

노을을 닮은 친구의 한 마디

바쁜 하루의 끝에서



예전 직장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싱가포리언인 그녀는 똑똑하면서 겸손하고 배려심도 깊고, 회사에서 일도 잘해서 인정받는 능력있는 친구이다. 바로 옆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대화도 많이 했었는데,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던 너무 좋은 친구였다.


바쁜 하루끝에 힐링될수 있는 장소를 발견했다면서 퇴근  직접 운전을 해서 데릴러 와주었다. 싱가포르에 산지 오래되었지만 처음 가보는 장소라서 왠지 여행객이  기분으로 따라갔다. 시계바늘처럼 당연하게 돌아가는 평범한 일상에서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곳을 한다는 기대감이 작은 활력소가 되는  같았다. 산책하는 주민들이 몇몇 있는 조용한 분위기의 공원에서 노을이 지는 것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멍때리고 노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미친듯이 바빴던 하루가 마치 고속도로에 최대속도로 질주하는  같았다면, 지금은 마치 휴게소에서 내려서 쉬고 있는  처럼 잠시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친구도 요즘 일 때문에 바쁜 나날들을 보내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스트레스 받을때 가끔 이곳에 오는데 조용히 예쁜 노을을 보고 있으면 지친 마음을 가다듬는데 좋았다고 나한테도 역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루를 뜨겁게 달구던 해가 점점 저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열정적으로 보냈던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구나 하는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듯 했다. 친구는 유튜브에서 차분한 피아노 음악을 틀어주었다. 잔잔한 물결이 점점 노을 빛으로 물들어 가는 걸 보면서 피아노 선율까지 들리는 순간, 명상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해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고 어둑어둑 해지는 무렵, 친구와 나는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회사이야기를 하는데 다들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것 같아서 반가웠다. 예전에 일하던 그 공간, 사람들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되살아 나는 듯 했다. 친정식구들 소식을 듣는 것 같은 그런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업계는 어떠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전통적인 업종에 비해서는 빠르고 다이나믹해서 여전히 적응중이라고 말했다.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데 생각만큼 속도가 나오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하니,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굳이 억지로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새로운 곳에서 일을 배우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내향적인 성격을 일부러 외향적으로 바꾸려고 한다던지, 이미 갖고 있는 고유한 성격을 외부의 요인에 의해 억지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했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성격을 갖고 있을 필요는 없고, 저마다 각자의 다양한 모습 그 자체로도 충분한 거라고. 나를 굳이 맞지않는 퍼즐처럼 끼워맞출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미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인정해준 예전 회사가 그 증거라고, 그러니까 도저히 힘들면 언제든지 다시 돌아와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이직 , 적응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던 나에게 해준 친구의 따뜻한 말은 마치 바쁜 하루 끝에서 만난 노을을 닮은  같았다. 물론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도전하겠지만, 그래서 중간에 포기를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뒤에서 응원하고 있다는 친구의 말이  힘이 되는  같았다. 가끔 힘들고 지칠 때면,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말을 아름다운 노을 풍경과 함께 다시 한번 떠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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