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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미션 클리어하기

엄마와 회사원 사이- 해야 할 일들이 쌓여간다

by 커리어 아티스트

오늘도 나의 핸드폰에서는 알람이 계속 울리고 있다.


출장을 다녀오고 나니 해결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회사일도 그렇지만 첫째 학교는 벌써 한 달 동안의 여름방학을 맞이했고, 개인적인 이슈들도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있다. 메이드 언니의 계약 만료도 다가오고, 친정엄마의 싱가포르 방문도 예정되어 있고, 렌트관련 이슈도 처리해야 할 것들이 많다. 싱가포르도 요즘 여름의 절정을 달리는 것처럼 뜨거운 날씨의 연속인데 나의 해야 할 일도 그 열기를 닮아서 마음이 상당히 바쁘다.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마냥 어느 한구석이 불안한 그런 느낌.


예전에는 to do list를 머릿속에 외우고 다녔는데 이제는 핸드폰 캘린더 알람으로 해두지 않으면 빼먹게 된다. 요즘 나의 캘린더는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회사일 관련은 파란색, 개인 일정은 보라색으로 컬러를 다르게 해서 빈틈없이 빼곡한 일정을 보면 숨이 막힐 것 같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세웠던 중심잡기 루틴이 이제 점점 일상을 되찾아 가면서 점점 지키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휩쓸리듯이 살아가면 안 된다는 것, 쫓기듯 살아가면 허무함만 남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


회사 업무로 인해 새로운 사람들과 정말 많이 만나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인연만큼이나 예전부터 알고 지낸 찐한 인연의 사람들과도 안부를 전하고 챙기고 싶다. 넓고 얕은 관계보다는 좁지만 깊은 관계를 선호하는 나로선 일로서 참여해야 하는 네트워킹 세션이 부담스럽게 다가올 때가 있다. 마실 것을 들고 스탠딩 테이블 사이를 서성이는 그 어색한 순간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때로는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바쁠 때는 일분일초가 소중하기에 시간낭비를 줄이고 싶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은 초등학교 선생님과의 1-1 면담이 있었는데 잘 적응하는 가운데서도 아이가 가끔 수업시간에 산만한 모습을 보인다는 말에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혹시 엄마인 내가 더 챙겨주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닐까, 워킹맘의 죄책감이 또다시 고개를 든다. 그래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일까 고민해본다. 초등학교 입학 후의 첫 여름방학인데 이 기간 동안 아이가 참여할 수 있는 방과 후 활동들이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고 여쭤보니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어머니, 이미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예약이 아마 끝났을 거예요, 이런 건 미리미리 챙겨주셔야죠"


선생님의 말씀에 또다시 마음 한구석이 찔렸다. 아이의 스케줄을 좀 더 세심하게 미리 챙겼어야 했는데 너무 방관했던 건 아니었을까. 회사일이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에게 신경을 못쓴 것 같아서 미안함이 몰려온다. 부족한 엄마라는 죄책감을 떨쳐내고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나는 내 자리에서, 아이는 아이의 자리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묵묵히 해내면 되는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프로그램에 굳이 참여하지 않아도 엄마로서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바쁜 마음을 다독이고 차분하게 앉아서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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