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의 만남
정신없는 일상 끝에 글을 한동안 못쓴지도 오래되었다. 사실 틈새시간이 나는 대로 글을 쓰려고 했지만 빠듯한 출장 일정 중에 루틴을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서 어느덧 수습기간이 지나고, 새로운 업계로 온 지도 벌써 몇 달이 흘렀다. 그동안 얼마만큼의 성장을 했을까 생각해보니, 완전 초창기보다는 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 같다.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온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최근에는 서울로 출장을 다녀왔다. 그 어느 곳 보다도 한국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서울행이 기대되었다. 아이들을 두고 가는 출장인지라 엄마로선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휴가와 출장은 엄연히 다르고 많은 미팅들을 소화해야 했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그래도 주말에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오랜만에 보고 싶은 친구들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간 서울 출장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저녁에는 예전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분들과도 다시 만났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여의도 금융가는 예전 그대로 였다. 함께 일하던 시절이 그립다고, 언제든지 다시 돌아와도 환영하신다는 말씀에 한국을 닮은 봄 날씨 마냥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를 기억해주는 분이 있다는 것, 그동안 일해온 노력들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예전에 열심히 일하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인연을 이어간다는 것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경력을 쌓아가면서 여러 일터를 경험해 보았지만, 회사를 떠나도 역시 결국 남는 것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특정 업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쌓아가는지 인 것 같다. 최근에 충원을 해야 해서 면접관으로서 참여를 했었다. 지원하는 면접자로서 회사와 인터뷰를 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을 면접의 단 몇 가지 질문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일해봤던 사람들과의 인연, 이미 경험을 쌓아서 어느 정도 믿음이 가는 분들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같다.
빠르게 흘러가는 마켓 속에서 업무내용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바쁘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그동안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된다. 겸손하고, 친절하면서, 업무 내공이 단단해서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여유 있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