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문 앞에서 머뭇거릴 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마음

by 커리어 아티스트


출장 이후 계속해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규제가 점점 느슨해짐에 따라서 크고 작은 offline 이벤트, 컨퍼런스 등등에서 연사로서 초대를 받는데, 그럴 때마다 주춤거리는 마음이다.


고작 몇 개월 경력밖에 되지 않은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작은 그룹 내에서 하는 사내 발표에서도 긴장하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발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발표할 때 과도하게 긴장하는 버릇이 있는데, 염소처럼 떠듬거리면서 말하다 망신을 당할 바엔 차라리 아예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고작 몇 명 앞에서도 걱정인데,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꽂히는 무대 위라면 숨이 막히진 않을지, 괜히 나섰다가 후회하진 않을까.


여성 패널리스트로서의 초대, 회사를 대표해서 발표하는 자리, 그리고 조만간 베트남어로 발표하는 자리도 제안을 받았다. 말보다는 글이 편했던 나로서는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기회들이었다. 평소 이런 컨퍼런스에서 스피커 경험이 많은 동료는 나에게 혹시 이런 자리에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고"느끼거나 부담이 된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배려해서 하는 말이었겠지만, 왠지 이런 시간을 무섭다고 피해버리면 앞으로 영영 해볼 기회들이 없어질 것 같아서 태연한 얼굴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Everyone needs to start somewhere,
perfection doesn't happen right away. I will try my best.
누구라도 언젠간 시작을 거치게 되어있고,
완벽함이란 처음부터 이뤄지진 않을 거야. 최선을 다해볼게


동료에게 대답하고 나서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순간 스쳐갔다. 나중에 부담감 때문에 괜히 했다고 후회하진 않을까 란 생각도 물론 들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라는 생각이 더 컸다. 망하더라도 하나의 배움의 경험으로 치면 되고, 그 시간을 발판 삼아 나중에 더 잘하면 되지란 생각도 들었다. 시도하지 않으면 영영 모르게 될 생방송으로 배우는 경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출장을 다녀보니 모든 연사들이 다 완벽하지 않다는 것도 느껴서 더욱 용기가 나기도 했다.


나는 과연 어떤 스피커로 기억되고 싶은가란 고민이 시작되었다. 업계를 전환하기 전 시장조사를 했을 때 정말 닮고 싶었던 금융계 출신 여자분이 떠올랐다. 그분이 발표자로 참여했던 영상들은 유튜브로 모조리 찾아볼 정도였는데, 내가 지향하는 목소리 톤, 억양, 표현들을 매우 적절하게 활용하시면서 말할 때 청중을 사로잡는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는 멋진 분이었다. 그 자신감에 매료되어 영상들을 찾아보면서 언젠간 저분처럼 멋지게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런데 막연하게 먼 훗날이라고만 생각했던 그 "언젠가"의 기회가 이렇게 빨리 찾아오게 될 줄이야.


발표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매니저님은 나에게 좋은 결정을 했다고 하시며 덧붙이셨다. 어차피 무대에서 그 주제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유일한 전문가니까, 자신감을 갖고 해도 된다고. 아무도 너처럼 빨리 배우는 사람은 없었다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격려해주셨다. 그리고 평소에 나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 지인분도 넌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힘이 되는 말을 해주셨다. 나보다 날 더욱 믿어주시는 분들의 말 한마디에 왠지 꼭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편한 자리에서만 안주하고 맴돈다면 내가 지향하는 커리어 성장이란 이룰수 없다는 걸 그동안의 경력을 통해서 충분히 배우고 터득했다. 그래서 비록 완벽하지 않고 부족함이 많더라도, 배움의 기회 앞에서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기로 했다.


시도하지 않고 꽁꽁 숨어 있으면 영원히 발견하지 못할, 나의 가능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