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서 나를 드러내는 것
싱가포르에서 있는 컨퍼런스에서 패널 디스커션의 스피커로 나와달라는 초대장을 받았다.
처음엔 아직 무리라는 생각을 했다. 업계 전문가로서 의견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직은 부담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문득 지금이 아니면 그럼 언제?라는 물음표가 마음속에 머물렀다. 시간이 흐르면 난 과연 100% 준비되었다고 느낄 수 있을까? 아마도 완벽하게 준비된 순간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언제부턴가 모든 도전들이 두려워지기 시작한 것 같다. 대학시절엔 경험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이것저것 참 많이도 시도해봤었는데 말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지 않을까, 괜히 나섰다가 실패하고 후회하지 않을까 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왔다. 시간이 갈수록 도전보다는 그냥 기존의 안정성을 추구하고 유지하게 되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큰 무대에서 패널리스트로서의 기회를 마주했을 때, 뭔가 더 배워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물리치고 차라리 이번을 기회삼아 부딪혀보기로 결심했다. 나와 함께 무대에 서는 여성 연사들의 프로필은 전부 CEO/ Founder라는 화려한 타이틀이었다. 이참에 이런 분들과 대화하면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냥 눈 딱 감고 시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Yes! I can do it"
답장을 보내면서도 몇 번을 망설였지만 그냥 보내기를 눌러버렸다. 일을 저지르고 나니 이젠 수습할 일이 남았다. 처음 참여해보는 연사로서의 도전 이어선지 준비를 최대한 완벽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원고를 쓰고, 수정하고, 발표 전날 밤까지 달달 외우려고 했다. 마치 대학 연극부 시절에 원고를 외우던 그때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그런데 무대 위에서 밝은 조명 아래 선 순간, 열심히 외웠던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져버리고 말았다. 내 차례가 오기 전 패널들이 이야기한 내용들을 자연스럽게 이어서 해야 했기에 외운 내용을 그대로 했다간 흐름이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그래도 최대한 당황스러움을 보이지 않고 기억나는 내용들을 이어갔다. 그리고 무사히 세션이 끝나던 순간, 불가능할 줄 알았던 패널 디스커션을 드디어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세션이 끝나고 난 후, 나와 함께 무대에 선 다른 패널리스트 분이 첫 도전이었는데도 떨지 않고 잘했다고, 앞으로도 계속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격려의 말을 해주셨다.
기회를 마주했을 때 도망가지 않고 용기를 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조금은 서툴더라도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한 발자국씩 성장해나가고 싶다. 어설프고 실수할 수도 있지만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히 몰랐을 내 안의 가능성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