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리어 아티스트 Sep 07. 2022

따뜻한 커피를 닮은 책- <마흔에는 재미있게 살아야지>

뭉클했던 북 토크 현장에서


"내일모레가 마흔인데..."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 오랜만에 동갑친구들과 만나면 버릇처럼 나오는 문구이기도 하다. 20대에는 서른이 되면 왠지 어른이 되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그려오던 이상적인 어른의 이미지와는 한참 멀어 보이는 내 모습을 보면 조급했다. 부족한 모습을 반성하고 채찍질하며 단점을 어떻게 채워야 하지라는 급한 마음만 가득했다. 겹겹이 쌓인 고민들 뒤에 가려진 나 자신의 장점은 보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훌쩍 흘러서 어느덧 30대의 후반에 다다르고 있었다.


라나라나 님의 에세이 <마흔에는 재미있게 살아야지> 그런 불안감을 토닥여주고 지금의 모습도 충분히 괜찮다고 말해주는 따뜻한 언니 같은 책이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그냥 무심코 흘려보내던 평범한 일상에 대한 감사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싱가포르에 사시는 작가님의 일상에서 공감이 느껴져서 읽다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라나라나 님 특유의 시크한 유머가 책 구석구석에 숨어있어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사실 라나라나 님의 글은 처음 읽는 것이 아니었는데도 여전히 재미있었고 마치 예전에 알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친근하고 편안한 반가움이 느껴졌다.


일 년 전 이맘때였다. 작가의 꿈을 안고 투고를 해보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던 당시 나의 자신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책 쓰기를 고민하던 와중 우리 함께 같이 해보자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던 분이 바로 라나라나 님이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매일 글을 쓰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서로를 응원하면서 힘을 낼 수 있었다. 라나라나 님의 책 <마흔에는 재미있게 살아야지>가 이 세상에 나오던 날, 작가님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신지 곁에서 보아왔고 공감했기 때문에 읽기도 전에 진한 감동을 느끼며 바로 주문 버튼을 클릭했다


그저께는 <마흔에는 재미있게 살아야지>의 싱가포르 북 토크 시간이었다. 출간을 하신 작가님의 책을 받아보았을 때, 싱가포르에 계시지만 북 토크와 같은 독자와의 만남 같은 시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작가님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회사일이 바빠서 정신없던 요즘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고 축하드리고 싶단 생각에 냉큼 휴가를 내고 북 토크 현장을 방문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먼저 작가님의 책 이야기, 북클럽 참여하신 분들이 소규모로 글 쓰고 토론할 수 있었던 우리들의 이야기, 그리고 퀴즈까지 마련한 알차고 의미 있던 시간이었다. 작가님의 책 이야기를 듣는데, 작년 이맘때 한창 책을 쓰기 위해 매일 새벽에 글을 썼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글이 잘 안 써져서 마음이 답답할 때도 많았는데 결국 이렇게 출간 작가님의 꿈을 이룬 라나라나 님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글과 그림 하나하나에 은은하게 묻어 나오던 라나라나 님의 배려심 깊은 다정다감함이 북 토크를 하는 동안 오프라인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모두에게 용기를 주시는 따뜻한 격려와 토닥임이 라나라나 님의 매력이었는데 특유의 분위기가 녹아있어서 마치 힐링캠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2부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싱가포르의 에피소드, 기억에 남는 추억들을 떠올려보고 직접 글도 써보고 함께 오신 북 토크 참여자분들과 나누는 시간도 있었다. 글을 쓰는 동안 차분한 배경음악까지 틀어주셨는데 특히, 10년 후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는 질문을 생각하는 동안 괜히 뭉클해졌다.


북 토크 시간 마무리를 할 무렵 작가님의 섬세한 배려심에 또다시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손수 적으신 짧은 메모와 사인본이 담긴 책과 함께 일러스트가 담긴 에코백과 노트북까지 준비하셔서 마치 친정에 왔다가 선물을 받고 가는 것 같은 넉넉함이 느껴졌다. 작가님의 출간을 기념하여 작은 꽃을 준비해 갔는데 꽃보다 더 활짝 피어난 미소를 짓는 작가님의 모습에 행복감이 가득했다. 싱가포르에서 잔잔하고 따뜻한 힐링을 받고 갈 수 있었던 근사한 북토크였다.


이 책의 매력은 다정한 글도 글이지만 직접 그리신 그림이다. 공감하면서 읽다가 그림을 보면서 뭉클해지기도 하고 휴먼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글과 그림이 섞인 에세이로는 예전에 <싱가포르 너는 사랑이다>라는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절판된 책이지만 당시 작가님도 국제연애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셔서 재미있게 읽었었다. 흥미진진한 연애 스토리가 재미있었던 20대를 지나서 이제는 아이들과, 가족들과의 에피소드를 풀어낸 잔잔한 일상 스토리가 더욱 공감되는 나이가 되었다니,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가는 거 같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조급함보단 앞으론 어떤 40대를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무거운 부담감 대신 지금 이 순간을, 오늘의 행복을 충분히 만끽해도 괜찮다고, 평범한 내 모습을 질책하는 대신, 이만하면 잘한거라고, 수고했다고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은 느낌이 들어서 코 끝이 찡해졌다. 세상 일이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 오히려 예측 불허하기에 세상은 더 흥미로운 곳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바쁜 일상에서 여유 있는 쉼표를 찍을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작가님의 정성이 담긴 이 책을 또래의 친구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진다.



인상 깊었던 책 속 문장들


왜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건지, 열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두 다리로 걸으며 두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두 귀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내 입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전할 수 있는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꾸 까먹는다.


아픈 건 나이 들어도 똑같이 쓰리고 아프다. 그렇다고 손 놓고 주저앉아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내 곁엔 위아래 좌우 주렁주렁 달린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으니, 주섬주섬 일어나 툭툭 턴다.

그리고 나에게 말을 건다


"괜찮아, 이만하면 다행이야"


우리 각자의 매력은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겉으로 순간 드러나는 내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굳이 전하지 않아도 되고 서로를 비판하거나 바꾸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셀프케어의 중요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