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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Sep 25. 2022

이미 가진 것이 많은 사람

비워내기의 필요성

"이 약들을 언제 다 먹지"


점점 약해지는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영양제를 필수적으로 챙겨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동안 먹을만한 약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부엌찬장에 가득한 영양제와 보조제병이 시선을 끌었다. 사두기만 하고 제대로 먹지 않은 약들이 한가득이다. 몸에 좋다길래 비싸게 주고 산 약들인데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것들도 꽤 있어서 아깝게 그냥 버려야만 했다. 


그러고 보면 난 이미 가진 것들이 참 많다. 무더기로 쌓인 영양제들 외에도 물건들이 넘친다. 한국책이 그리워서 출장갈때마다 사다 다르거나 해외배송까지 감수한 책들이 책장에 겹겹히 쌓아져 있다. 회사갈 때마다 입을 옷이 없는 것 같아서, 혹은 살 빼면 입으려고 산 옷들이 옷장을 터질듯이 메우고 있고, 메이크업을 한창 하던 시절 사모은 화장품들 역시 화장대가 좁을 만큼 늘어져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책상 위에 역시 물건들이 정신없이 이리저리 늘어져 있다. 특히 쌓아있는 책들 무더기를 볼때마다 저 책들을 언제 다 읽지라는 마음에 불안해지기도 한다.


분명 이사하던 당시에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싶었는데 새로 이사한 이후 물건이 배 이상으로 늘어버린것 같다. 순간의 소비의 욕구가 올때마다 절제하지 못하고 지갑을 연 결과이기도 하다. 스트레스가 다가올때마다 사고싶은 것이 있으면 보상심리이 발동해서 그냥 구매버튼을 눌러버린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굳이 사지 않아도 될 물건들이었던 적이 많아서 쓸데없는 낭비로 전락해버렸다. 허전함을 이기지 못하고 음식들을 꾸역꾸역 입안으로 밀어넣는 것 처럼, 스트레스가 쌓일때면 이렇게 고생하는데 기껏 이런것도 못 살까란 생각에 소비의 합리화를 해버린다. 


영양제병들을 보다가 문득 다른 물건들도 점점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도 디톡스가 필요하지만 집안 살림도 역시 비워내기와 정리하기를 안했더니 거대한 쓰레기통이 되어가는 것 같다. 물건들을 주섬주섬 정리하다보면 이미 가진 것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갑자기 모든 것들을 다 버릴수는 없을테니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을 활용하도록 해봐야겠다. 집에 있는 남아있는 영양제들은 다 먹고, 책장을 넘칠듯 쌓인 책들은 일주일에 한권 완독하다는 목표를 갖고, 살이 빠지기 전 까진 옷들을 더이상 사지 않도록 해야겠다. 


이미 가진 것들이 차고 넘치게 많은 나에게 필요한건 더 많은 물건들을 구매하는게 아니라 비워내기니까. 새해가 오기전 100일남짓 남은 시간 동안, 하루에 하나씩 비워내기 프로젝트로 연말까지 실행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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