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같은 엄마되기
아이와 함께 주말의 여유로운 아침을 뒹굴거리면서 보내던 중이었다. 우연히 아이에게 사준 수첩을 보다가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았다. 집에서의 엄마와 일하는 곳에서의 엄마를 그린 모습이었다.
"엄마가 이랬구나, 집에서 맨날 잠만 자서 서운했어?"
아이는 부끄러운 듯 웃음을 지으며 회사에선 엄마가 멋지게 사람들 앞에서 show & tell을 하는 것 같은데, 집에 오면 피곤해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요즘 눈코뜰 새 없이 바빴던 일정으로 인해 집에 오면 바로 곯아떨어졌는데 역시 아이의 순수한 시선 그대로 현실반영한 그림이었다.
웃픈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일을 하는 것도 물론 자아실현을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건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위함인데 말이다. 롤모델같은 엄마가 되는 것이 꿈인데, 커리어로서는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엄마로서는 영 빵점이 아니었나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 체력이 딸려서 몸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너무 아이를 방치했던건 아니었을까, 반성이 되면서 아이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퀄리티 있는 시간을 보내야할까 문득 고민이 되었다.
최선을 다해 지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래서 아이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엄마가 되고싶은데, 일단은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 동안만큼은 다른 것은 제쳐두고 우선순위인 아이들에 집중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는 일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놀이, 그림그리기, 색칠놀이를 함께 해야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요즘 최고로 애정하는 공룡, 유니콘 동화책도 읽어주고 아이들과 도란도란 대화도 많이 해야겠다.
음식 솜씨는 없지만 주말을 맞이하여 나름 정성이 듬뿍 들어간 간식을 만들어주었다.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흐뭇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건 어쩌면 사소하지만 이렇게 일상속의 편안한 순간들이 아닐까. 체력을 키워서 주말에 잠을 자는 대신 아이들과 힘껏 놀아줄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되어야지. 갓난아기여서 꼬물대던 시절이 엊그제 같았는데 언제 이렇게 다 컸을까 문득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단 생각이 들었다. 빠른 세월의 흐름 속에서 바쁘단 핑계로 방치하지말고, 아이들과의 매 순간을 소중하게 보내야겠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의 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아야지. 아이들이 잠자는 엄마 모습대신 옆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친구같은 모습으로 그려줄수 있도록.
롤모델 같은 엄마보다 우선 친구같은 엄마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