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벽 루틴
이번 주는 지옥의 일주일 스케줄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캘린더가 빈틈없이 꽉꽉 채워져 있다. 심지어 중복 요청된 미팅들도 많아서 30분 단위로 쪼개서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엔 무조건 내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하루의 끝에서 머리부터 발끝가지 탈탈 털리는 것 마냥, 하얗게 불태워서 소진된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짬을 내서 다이어리에 스케줄을 정리하고 나의 하루를 담은 기록들을 쏟아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평온해진다. 조금 더 일찍 시작한 하루는 나를 조금 더 여유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딱 30분만이라도 내 시간을 확보하고 있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닌 생각하는 대로 살게 만들어준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는 것도 좋아하지만, 여러 명의 사람들과 한꺼번에 그룹으로 이야기하기보단 1-1로 깊은 대화를 좋아하는 터라 매번 미팅에 다녀오면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계속 하기 위해선 스스로를 채우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다. 그것이 아주 짧은 명상이든. 사색이든. 독서든. 글쓰기든.
코로나 기간 덕분에 만든 습관 중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바로 새벽 기상이다. 나와의 대화로 시작하는 하루는 나의 중심을 단단하게 해주는 것 같다. 캘린더가 아무리 빈틈없이 빡빡하더라도 새벽만큼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고요한 내 시간이기에- 아무리 어제 늦게까지 디너에 있다가 왔지만 여전히 기상시간을 늦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래 이 시간에 원고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자꾸만 이렇게 아무말대잔치를 하고 싶어 진다. 그래도 너무 나를 재촉하거나 괴롭히진 않으려고 한다. 새벽 시간이 있기에 중얼거림을 쏟아낼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늦게까지 일하고 나서도 이렇게 나만의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려고 새벽에 일찍 일어난 내가 기특하다. 원고가 잘 써지는 날도 안 써지는 날도 모두 소중한 하루라는 걸 잊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