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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Oct 05. 2022

시즌 2 in 베트남을 준비하며

사회인으로 다시 방문하게 된 베트남

오토바이 물결들 사이로 경적소리와 섞인 매캐한 매연냄새가 기억에 선하다.


매일 이른 아침에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등교하던 길이 엊그제 같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 베트남어 교과서를 손에 들고 졸린 눈을 부릅뜨며 한 글자라도 더 외우려고 애쓰곤 했다. 길거리에서 파는 베트남 바게트 빵인 반미를 사서 아침식사로 먹으면서 한 손에는 빵, 다른 한 손에는 책을 들고 중얼거리던 중학생이었던 나.


당시엔 인터내셔널 스쿨에 다니던 대다수의 한국 친구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부모님은 나에게 베트남에 왔으니 꼭 현지 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렇게 해서 입학하게 된 베트남 현지 학교에서 외국인은 나와 동생 단 둘 뿐이었다. 한국에선 그저 평범한 학생들 중 하나였는데 이곳에 오니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베트남 친구들은 당시 유일한 외국인이던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래도 친구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학교생활에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그때는 미처 몰랐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후, 사회인이 되어 내가 다시 베트남에 오게 될 줄은.


2주 후에 있을 베트남 출장을 앞두고 감회가 새롭다. 여행이 아닌, 출장으로 하노이 방문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컨퍼런스 포스터 사진을 보니 조금 실감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베트남에서 연사로 무대에 서는 기분은 굉장히 오묘할 것 같다. 제2의 고향처럼 친근한 베트남에서 새로운 업계에서 하는 나의 첫 도전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아빠가 생각난다. 1994년 당시엔 이름도 생소했던 베트남이란 곳에 출장을, 그리고 가족 모두를 데리고 이주하기로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도전정신을 필요로 했을까. 아마도 내가 갖고 있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 역시 아빠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출장을 앞두고 많은 베트남 회사들과 미팅을 하고 있다. 베트남어로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나의 어린 시절 베트남 친구들이 떠오른다. 베트남은 당시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나에게 특별한 곳이다. 아마 당시에 현지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면 아마 이런 기회를 갖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택한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하신 부모님 덕분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린 시절의 기억 위에 사회인으로서의 새로운 추억도 베트남에 많이 쌓아가고 싶다. 


이제 매일 아침 등교길을 딸아이와 걷는다. 오토바이 물결이 아니라 초록 초록한 나무가 우거진 싱가포르지만 나는 아이들도 역시 새로운 세계로 향해 주저 없이 도전하는 그런 용기를 가진 당찬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이 아닌 다른 특별한 길을 가더라도 뒤에서 든든하게 응원을 보내는 엄마가 되려고 한다.  


그때 부모님이 나에게 가르쳐주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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