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출장을 다녀오고나서
발리로 향하는 비행기에는 여행을 떠나는 설렘을 안은 사람들로 가득찬 만석이었다.
비행기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 사이에서 설렘보다는 발표자료 준비로 마음이 바쁜 상태로 출장을 가는 나는 왠지 다른 곳을 향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급하게 떠나게 된 일정이었던터라, 준비 기간도 짧았기에 벼락치기하는 느낌으로 출장 준비를 했다. 사실 발리는 8년전에도 신혼여행으로 온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모든게 여유로운 휴양지 느낌이었는데, 업무로 방문해 보니 그때와는 사뭇 달랐다.
발리 공항에 도착해서도 많은 인파들로 인해 입국심사만 거의 2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우붓까지 공항에서 또 2시간 남짓한 시간을 차로 이동하고 나서 숙소에 도착하고 나니 피곤이 누적되어 바로 곯아떨어졌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일찍 시작될 일정으로 인해 새벽에 일어나서 자료를 준비하고 연습해야 했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우붓은 보통은 요가나 휴가지로 많이 찾는 곳으로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할 것 같은 곳이었지만 여유와는 거리가 먼 느낌이 들었다. 배정된 방도 사실 엄청 넓고 좋은 곳이었는데, 혼자서 랩톱을 붙잡고 일하다보니 장소가 어딘지는 별로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발리의 한 박물관에서 열리던 행사였는데 발표를 마치고 나서야 겨우 숨을 돌릴수 있었다. 잔뜩 긴장하다가 무사히 일정이 끝나고 나니 힘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발리에 온 김에 마사지라도 받아야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저녁에 바로 돌아오는 일정이라 그럴 여유는 없었다.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시켜두고 바로 이어진 화상회의를 참석하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발리에서 랩톱으로 일하고 있는 모습만 보면 뭔가 자유로운 디지털 노마드가 된 것이 아닌가 싶었으나 사실은 마감에 쫒기고 왔있는 직장인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같은 장소인데, 여행으로 왔을 때와는 너무나 달랐던 발리였다. 휴양지는 역시 출장보다는 휴가로 오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자꾸만 아이들이 생각나는 걸 보니 말이다. 다음에는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마음으로 오고싶다. 이번에는 마음이 바빠서 전혀 느낄수 없었던 우붓의 아름다운 풍경을 아이들과 함께 충분히 만끽하는 그런 시간을 보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