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처럼 생긴 일
힘들었고 혼란스러웠던 지난 몇 일간이었다.
불특정 한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이유 없이 뜬금없는 악플 공격을 받았다. 최근 들어서 일로 인해 대외활동이 잦은 나의 정보를 익명의 누군가가 캐내서 비난한 내용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하필이면 아이의 생일날 열심히 파티를 준비하고 있던 상황에서 갑자기 겪게 된 일이라 하루 종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식욕이고 뭐고 전부 다 떨어지고 마음고생으로 인해 살이 쏙 빠지면서 신체적으로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신체적인 반응으로도 나타났다.
안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나서는 것을 굉장히 조심스러워하고 의식하는데, 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대중 앞에서 이야기를 해야 할 일들이 잦아졌다. 매번 그런 기회들을 배움의 기회이자 성장의 시간으로 삼아왔던 나였는데 막상 이유 없는 악성 댓글을 겪어보니 왜 굳이 무엇을 위해 이렇게 노력해야 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바로 출장이 이번 주부터인데 과연 이런 일을 감수하면서 까지 무리해야 하는가 혼란스러웠다.
어차피 익명의 그들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다루는지 전혀 모를 텐데, 대외적으로 여러 번 얼굴과 이름이 공개되고 홍보되었단 이유로 인해 비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소름 끼쳤다.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인터넷 악플로 인해 우울증을 겪는단 의미가 어떤 건지 이번에 잘 이해하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그냥 무시하면 된다고 했지만, 공인이 아닌 일반인으로서 처음 겪는 일이어 선지 날카로운 문장들의 잔상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말처럼 쉽고 단순하게 무시하고 덮어지는 일이 아니었고 트라우마처럼 깊은 상처가 되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출장이 더더욱 잦아지면서 스피커로써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이번 일을 겪으면서 세상에 나를 드러내 놓는다는 일에 대해 조금 더 고민이 되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나는 분명 유명해지는 것보단 하루하루 성장하는 내 모습에서 더 의미를 찾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그런 평범한 일반인인데, 인터넷에 남기는 나의 흔적들이 굉장히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온라인 세상에서 플랫폼을 통해 나와 생각이 비슷한 이웃들과의 교류도 좋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니 내가 잘 모르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정신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지도 알게 돼서 더욱 조심해야겠단 생각도 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출장이고 뭐고 전부 다 캔슬해야 할까란 고민도 잠시 했지만, 어차피 그래 봤자 상황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시작한 일은 일단 마무리하고 싶다는 책임감에 일단 출국은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나의 마음이 더욱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나를 보호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나의 흔적을 전부 삭제하는 것이 좋은 것일지 아니면 이대로 계속 나를 조금씩 드러내는 일을 지속해야 할지 어떤 것이 더 나을지 혼란스럽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