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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Nov 03. 2022

변하지 않는 계절

1년 만에 만난 한국의 가을

1년 만에 한국의 가을 풍경을 급 출장을 통해 마주하게 되었다.


불과 1년 전 이맘때만 하더라도 내가 새로운 분야에서 이렇게 일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사람 일은 정말 알 수 없는 것 같다. 1년 동안 많은 일들을 겪고 변화를 있었지만, 한국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은 1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느껴지던 쌀쌀한 아침 공기가 마냥 반가웠다. 휴가였다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려서 오랜만에 만나느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오자마자 회사로 바로 출근해서 쌓인 미팅 일정을 처리하다 보니 금세 출장의 마무리를 마주하게 되었다. 출장과 휴가는 역시 여유의 농도가 다르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한국의 가을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했다. 1년 전에 코로나 규제가 심했을 때는 비행기 안에 사람들도 별로 없었지만 이제는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가 만석이다. 코를 찌르는 PCR 검사도 안 하고 점점 일상으로 회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막간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회사 옆에 있던 서점에 들렀다. 한국 책이 천장까지 들어찬 빼곡한 서점을 보니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았다. 해외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북을 주로 보지만, 그래도 역시 책이란 종이 냄새를 맡으면서 책장을 한 장씩 넘길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읽는 맛이 나는 거 같다. 한국에서 살았다면 언제든지 읽고 싶은 책들을 마음껏 읽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라도 잠시 방문할 수 있는 것에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이 채워진 한국의 예쁜 가을 풍경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런 멋진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혹은 선선한 가을 날씨 속에서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사계절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날씨가 얼마나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항상 여름나라인 싱가포르에서 반팔만 입고 지내다가 두툼한 긴팔, 몽실몽실한 후드티를 입다 보니 마치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온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해외생활을 오래 하면 할수록 한국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애써서 뭔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느낌이 든다.


지하철 역을 지나다가 고소한 냄새의 유혹에 이끌려 예전에 즐겨먹던 만쥬 한 봉지를 샀다. 따뜻한 만쥬 봉지를 들고 킁킁대고 있자니 한국에서 살았던 대학시절도 생각나면서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어찌 보면 행복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찰나의 순간들인 것 같다. 지금 누리고 있는 일상의 평범함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단 생각도 들었고, 바쁜 일정이지만 이렇게나마 잠시 내가 사랑하는 계절 가을에 한국에 올 수 있었기에 행복했다. 다음에는 출장이 아닌 휴가로 조금 더 여유 있게 방문해야겠다. 그때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아름다운 한국의 가을 풍경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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