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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Nov 13. 2022

원데이 클래스에서 배운 것

선생님과 학생 사이

메타버스에 대한 강의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사실 망설였다.


한두 시간의 특강이 아닌, 원데이로 하루 종일 수업을 이끌어야 했기에 부담스럽기도 했고, 아직 스스로가  정도로 많은 것을 쏟아낼 만한 내공이 쌓인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강의 예정일 전까지 릴레이 출장이 있었기 때문에 준비를 과연 완벽하게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랬듯 이렇게 컴포트 존을 벗어나려는 계기가, 그리고 기꺼이 해보려는 도전정신이 없다면 발전도 없다는  알기에,   감고 예스라는 답변이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역시 바쁜 스케줄을 쪼개서 수업 준비를 하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수업을 하기로 승낙하고 나서 준비하기까지 두 달가량의 시간이 있었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출장을 다녀오는 비행기 안에서, 출퇴근 시간, 새벽시간을 쪼개서 자료조사를 하고 책, 영상, 리포트 등 키워드로 검색되는 모든 자료들을 머릿속에 구겨넣는 것 마냥 콘텐츠를 흡수하려고 노력했다. 그 외에도 그동안 마켓에서의 경험을 녹인 나의 의견 그리고 하루 종일 이어지는 수업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진행하기 위한 교안도 짜야했다.


200장 가까이 되는 장표를 준비해야 하는데 중간에 막히기도 했고 마감기한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급해져서 누군가가 대신 준비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초안을 보내고 나서도 퇴고처럼 수업자료를 여러 번 수정했다.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저절로 눈이 감겨 책상 위에서 그대로 잠들었다가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 보니 새벽이라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한 적도 많았다. 새벽 걷기 루틴은 사치였고 수업 준비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게다가 수업 마지막에 간단한 시험도 출제해야 해서 여러모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괜히 일을 벌인 건가 그냥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하나란 생각이 강의 바로 전날까지 들었을 만큼 부담감과 책임감의 무게가 예전의 다른 발표 자리보다 훨씬 무거웠다.   


그리고 드디어 다가온 디데이. 처음엔 얼마나 많이 등록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알고 보니 초과 등록이 되어 내년 수업으로 밀려난 지원자도 있다고 했다. 이제까지 등록한 분들의 프로필을 보니 평균 근속연수 20-30년이 기본이었고, 다양한 인더스트리 출신의 글로벌 기업의 임원분들, 사업하시는 분들, 그리고 이미 블록체인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 경력자분들도 계셨다. 거의 EMBA수업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만큼 학생분들의 프로필이 너무 훌륭해서 더욱 긴장이 되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수업에 등록하셨을 텐데 혹시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 들었다. 노력을 많이 들인 것에 비해 실제 수업에서 그만큼의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실망스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수업은 되도록 학생분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토론식으로 진행했다. 현재 마켓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공유하면서 일방적인 수업 인풋보단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의견을 교환하면서 수업의 주인공이   있도록 나는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 자료는 많이 준비했지만, 이미  분야의 전문가가 대다수인 학생분들에게 일방적인 주입식은 의미 없고 재미없는 수업이   같다고 생각했다. 대학원 시절 좋아했던 수업을 떠올려보니 학생인 내가 참여를 적극적으로 할수 있을때 몰입도가 높았고 배우는 것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오늘 하루의 시간을 기꺼이 투자해서 오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수업 중간에  브레이크 시간에는 학생  분과도 교류할  있었는데, 이미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계신 분들일수록 겸손하시고 현재 위치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많다는  느낄  있었다. 영원할  알았던 원데이 클래스는 예상보다 시간이 빠듯해져서 막판에 불필요한 자료들은 스킵해야  정도였지만 수업이 끝난  받았던 피드백이 굉장히 긍정적이어서 나름 보람이 느껴졌다. 가르치는 선생님의 자격으로 참여했지만 오히려 내가 훨씬  많이 배웠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불가능한줄 알았던 이번 도전도  하나의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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