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워킹데이
괜찮아. 실수해도 돼.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는 거야
아이가 지난주에 연극무대에 서기 바로 직전 잔뜩 긴장했을 때 나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그렇게 말해주었다. 실수하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나도 충분히 괜찮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이에게 말하는 엄마지만, 막상 내가 무대 위에 서기 직전이 되면 바로 쭈글쭈글 모드가 되어버린다.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2023년 첫 워킹데이는 싱가포르 라디오 생방송 출연과 함께 시작했다.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리 경험이 쌓인다고 해도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나라는 생각은 매번 발표할 때마다 한다. 그러나 하던 대로 그냥 계속 머물면 제자리걸음이니까 조금이라도 성장하기 위해서 또 다른 도전을 해보는 거다. 잘하든 못하든 그냥 지르고 보는 연습은 업종 변경 후에 정말 많이 해보는 것 같다. 마치 번지점프 하기 전에 다리가 후들거려서 머뭇거리고 있으니 옆에서 확 밀어버려서 떠밀리듯 점프하는 것처럼.
라디오 방송은 첫 출연인데 신년특집으로 새로운 마켓 트렌드에 대한 내용의 한 꼭지였다. 나의 순서가 다가오기 바로 직전 교통방송 중이었는데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들만큼 점점 긴장되었다. 요즘 다들 라디오 방송은 잘 안듣지않을까, 어차피 아무도 신경안쓸텐데라고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식은땀이 흘렀다. 역시 미리 준비하려고 했지만 예상을 전부 뒤엎었던 사회자의 질문에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교통방송에서 얘기하던 고속도로 정체구간처럼 내 말문 역시 꽉 막히는 듯했다.
분량이 길지 않아 쉽게 끝날 줄 알았는데 생방송이라 즉석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방송이 끝나고 나서야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모범답안이 그제야 떠올랐다. 좀 더 정제된 내용으로 조리 있고 세련되게 말하고 싶었는데 아무 말 대잔치로 끝난 것 같아서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순발력을 테스트할 수 있었던 좋은 배움의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방송 녹음본을 다시 듣기를 하니 이불킥을 멈출 수 없지만 이렇게 하나씩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언젠간 좋은 스피커로써의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되겠지.
새해가 되면서 다짐한 올해의 목표- 스스로에게 너그럽고 친절해지기라는 목표를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