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버린 듯한 요즘
그냥 익숙한 곳으로 돌아갈까.
변동성으로 인해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랜 경력이 쌓여서 이미 너무나 익숙한 금융업계로 다시 유턴해서 돌아갈까란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들었다. 하던 일이나 잘하지 괜히 일을 벌였던 것일까. 새로운 도전이라고 시작했지만,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기보다는 외부상황에 의해서 바뀌는 많은 변화들이 벅차게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가서 한번 시도해 보고 너무 힘들면 돌아오라고 했던 예전 상사의 얼굴도 떠올랐다.
도전을 했다가 유턴을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란 생각을 했었다. 겁이 나서 뒷걸음질 치기보다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희망보다는 불안의 무게 쪽으로 점점 기울어지는 가운데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라는 질문에 정답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이 편한 선택이 아닐까, 어떤 선택도 좋고 나쁜 것은 없으니까.
익숙한 곳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원래 하던 업계의 단점도 분명 있다.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이미 전문가들이 많아서 앞으로도 나의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보다는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하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에 비해 지금의 분야는 새로운 분야라서 내가 직접 개척해야 하는 일들이 많지만, 아직 미지의 세계라서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있다. 업계를 바꿀 때 이 부분도 충분히 고려했지만, 막상 실제로 부딪혀보니 예상하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현실의 벽이 느껴졌다. 어느 분야라도 무조건 100프로 만족할 만한 그런 곳은 없다.
장단점 리스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이다. 아니면 예전 업종도 지금의 업종도 아닌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을 모색해봐야 하는 걸까. 어차피 둘 중에서 꼭 정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길을 잃은 듯 방황하고 있다. 선택을 하고 나면 그것을 좋은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은 분명 나의 노력에 달린 것일 텐데, 요즘에는 방향성을 잃은 것 마냥 선택 자체가 부담스러워진다. 무조건 도전과 열정을 바라보기엔 지금은 조금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모든 일들이 그랬듯이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이번 터널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