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급해지거나 초라해질 때
외부에 의해서 마음이 흔들릴 때 오는 부정적인 감정 중 하나에는 바로 불안감이 있다.
열심히 살아온 시간이 별로 의미 없다고 느껴질 때, 혹은 프로젝트 결과가 기대치에 맞지 않았을 때 초라함이 느껴진다. 그동안 노력을 쏟았는데도 왜 이것밖에 못할까에서 오는 자괴감 같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새해결심을 할 때 앞으로 해야 할 목표 리스트를 쓰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이뤄온 성과들은 무심코 지나치게 된다. 그 정도는 누구나 하는 쉬운 것, 별 것 아닌 걸로 가볍게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쉽게 지나친 일들을 다시 천천히 뜯어보았을 때 의외로 그 안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내가 해온 내용들을 정리하는 것은 회사의 퍼포먼스 리뷰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회사 안 밖의 내용을 전체적인 라이프 포트폴리오로서 정리하는 것은 앞으로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번 아웃의 시간을 지나면서 꼼지락꼼지락 한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성취한 내용들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워낙 관심사가 많아서 하나의 뾰족한 테마가 아닌 정체불명의 삽질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파편화된 내용들을 하나씩 종이에 꾹꾹 눌러서 적어두고 나니 그동안 이렇게 많은 일을 해냈다니 라는 성취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은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꾸준한 글쓰기를 중단하지 않은 것
-시간을 쪼개 자격증을 취득했던 것
-무대공포증에도 불구하고 연사로서 발표한 경험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양한 활동에 도전한 것
-새벽기상을 통해 꾸준하게 나를 찾는 시간을 가진 것
Done list를 완성하고 나면 그다음 to do list의 힌트가 되기도 한다. 작년 성취한 done list 바로 옆에 나만의 피드백을 달아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연사로 사람들 앞에서 발표한 경험이 성취한 리스트에 포함되었지만, 그 당시에 아쉬웠던 점은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좀더 깊이 있게 다루고 싶고 정제되고 세련된 단어로 전달력을 높이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풋을 늘리는 독서와 스피치 연습 그리고 외국어 공부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어영부영 흘려보낸 1월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2월 새로운 도전 리스트에도 이 점에서 힌트를 얻어서 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2월에 도전할 것은 바로 베트남어 챌린지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베트남 신문 기사를 해석하고 필사를 하기로 했다. 업무적으로 써야 할 일이 늘어나다 보니 잊어버린 단어들이 많은데 그냥 막연하게 공부하면 되겠지라고만 생각하다 보니 이도저도 안 되는 것 같아서, 아예 그룹 스터디에 도전하기로 했다. 2월은 출장일정이 빽빽하지만 그래도 일단 시도해 보기로 한다. 이런 작은 시도들이 done list에 포함되고 나면, 나중에 돌이켜봤을때 분명 뿌듯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