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있는 아름다움, 그리고 자신감에 대하여
설 연휴 기간 내내 지독한 감기로 인해 집에서 하루종일 요양 중이다.
약 기운에 취해서 헤롱거리다 보니 벌써 내일이 연휴 마지막이다. 연휴가 끝나고 나면 연달아서 출장일정이 있는데 그전까지는 얼른 나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싶어도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일을 해내기는 불가능하다. 회사일 외에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도 많은 나에겐 특히 체력의 중요성을 요즘 들어 더욱 절감 중이다.
가끔 나는 지인들로부터 하루를 48시간처럼 쓰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곤 했다. 대학원시절에는 시간이 부족하면 잠자는 시간을 억지로 줄여서라도 어떻게든 쌓인 과제들을 해결하곤 했다. 회사원으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도 챙겨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그동안은 잠을 줄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버린 지금은 수면시간은 절대적으로 지키는 편이다.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 그 여파가 며칠 동안 계속되기 때문이다. 의욕이 아무리 앞서더라도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결국 쉽게 지치고, 만사가 귀찮아지면서 할 일들을 내려놓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선지 요즘 제일 관심 있는 화두는 바로 "건강한 아름다움을 위한 셀프케어"이다. 내면과 외면의 균형 있고 건강한 아름다움에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내면으로 보자면 명상을 통해 마음을 케어하는 것이고, 외면의 경우에도 늘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과 식단에 신경을 쓴다. 그리고 특히 외면을 가꾸는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이 빠질 수가 없다. 나의 쇼핑리스트에서 항상 상위 1,2를 다투는 것들이 바로 옷과 화장품들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시절에도 다양한 제품들을 경험해야 한다는 핑계(?)로 인해 여러 가지 화장품들을 구매해 왔다. 그리고 금융사를 다니던 시절에는 고객사들을 자주 만나는 직업의 특성상 세련되고 깔끔한 스타일의 옷들을 사모았다. 그러다 보니 방에는 옷과 화장품들이 항상 터질 듯이 많았고, 이사할 때마다 이제 그만 사야 한다는 반성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꿔서 생각해 보니, 덕분에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이 어떤 건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습들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회사를 가면 항상 나는 여자 동료들로부터 어디서 화장품이나 옷을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싱가포르는 날씨가 더워서인지 여직원들 중에는 화장을 하거나 옷에 신경 쓰는 동료들이 많지 않다. 굉장히 수수하고 자연스럽게 하고 다니지만, 한국사람들은 왜 그렇게 다들 멋지고 세련되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꽤 많다. 사실 겉모습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개개인의 가치관 차이긴 하지만, 나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외모가 훨씬 중요해진다고 생각한다. 인형처럼 예쁘고 조각 같은 외모를 위한 성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대로의 자연스럽고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나다움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메이크업과 패션의 스타일링말이다.
특히 여성들에게 있어서 메이크업과 패션은 매우 중요하다. 아주 작은 차이만으로도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꼭 특별한 기념일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조금만 신경쓴다면 충분히 나만의 아름다운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동료들에게도 몇가지 패션 팁을 알려주고, 화장을 수정해줬었는데, 예전보다 훨씬 더 인상이 부드러워졌다고 고마워했다. 꼭 돈을 써서 추가적인 소비를 하지 않더라도, 기존에 있는 옷들의 코디를 달리 하거나 화장법을 바꿔도 스타일 변화가 가능하다.
내가 스스로를 아껴주고 아름답게 가꾸지 않는다면, 세상 그 누구도 나를 대접해주지 않는다. 건강한 생활습관, 그리고 화장이나 패션스타일링은 꼭 누군가를 보여주기 위함이라기보단 나만의 자신감을 위해 필요한 것 같다. 20대엔 타고난 외모가 돋보이는 나이였다면, 30대 그리고 40대로 이어지면서는 그동안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드러나게 된다. 긍정적인 마음가짐, 건강한 신체, 그리고 나답고 자연스러운 메이크업, 헤어, 패션 디자인들이 결국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으로 연결된다.
가끔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울적해지거나 가라앉을 때는 일단 짧은 걷기 운동부터 시작한다. 조용한 새벽공기 속 걷기를 시작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평소보다 조금 더 또렷한 아이 메이크업으로 힘을 주고, 펑퍼짐한 옷이 아닌, 슬림핏의 모노톤 정장을 입고 출근길을 나선다. 자신감이 떨어지는 날에 오히려 조금 파워풀해 보이는 스타일링을 하고 나면 은근히 몸에 힘이 들어간다. 나를 가꾸는 외모 관리는 결국 내가 하는 일의 성과와도 이어진다. 살다 보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될 수 없고,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들도 많다. 하지만 나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은 혼자서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거니까, 앞으로도 건강하고 아름다운 셀프케어에 조금 더 신경을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