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간이라도 꾸준히 해내는 것
출장 가는 공항 안-
언젠가부터 공항에선 면세점보단 공항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일찌감치 도착해서 노트북을 켜는 게 습관이 되었다. 출장일정으로 루틴 리듬이 깨져버렸기에, 이렇게나마 틈새시간에 글을 쓰지 않으면 앞으론 꾸준하게 쓰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말이다.
그저께 한 글쓰기모임에서 책 출판 관련해서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르는 게 여전히 어색하기도 하고, 세상에는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런 자리에서 발표하기엔 나는 부족하단 생각이 있었다.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감히'라는 자기 성찰 및 필터링이 또다시 시작된 것이다-_- 하지만 결국 생각을 바꿨던 이유는 몇 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올라서였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출간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글 쓰는 거 이외에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서 헤매고 있었다. 글을 꾸역꾸역 열심히 쓰고는 있었으나,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지 막연하기만 했었다. 그 당시의 나에게 주변의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해주었음 더 잘 해낼 수 있었을 텐데란 생각에 초보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작가를 꿈꾸는 모임에 계신 분들을 보니 그 마음이 공감이 되기도 하면서 몇 년 전 고군분투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경험을 토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나는 모든 경험에서 배울 것을 찾곤 하는데, 이번에도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오히려 내가 느낀 점이 많았다. 글쓰기를 좋아하면 그만큼 많이 쓰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지만 요즘의 나는 바쁨을 핑계로 정신없는 일상에 치여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하면 시작조차 하기 힘들다. 영 어색하고 실수투성이더라도, 조금이라도 내가 겪은 시간들을 기록으로 잡아둔다는 느낌으로 쓰면 된다. 중간에 도저히 글이 써지지 않을 때도 있다. 이렇게 쓴다고 해서 누가 알아줄까, 과연 책으로 나올 수는 있을까, 스스로가 먼지처럼 매우 작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열심히"라는 무게감에 짓눌려서 그냥 포기해버리고 싶을 때도 분명 있지만 그럴 때는 나에게 조금 쉬어가는 여유를 준다. 하나의 포스팅으로 발행할 필요 없이 단어, 불렛포인트 혹은 한 문장으로라도 메모장에 영감을 담아두는 것이다. 글은 억지로 썼을 때는 작가도, 읽는 독자도 모두 그 불편함이 느껴지기 때문에 "진정성"을 담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요즘의 나에게 열심히라는 단어의 무게중심이 글쓰기보단 어학공부에 조금 더 실리는 중이다. 업무상 미팅 때도 써야 하는 베트남어의 중요성을 느끼면서 매일 30분 필사 루틴을 지켜내고 있는데 아침에 공부하다가 멍 때리기를 하기도 하고, 새벽에 일어나 손이 부어서 필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글씨가 엉망일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가 모여서 꽉 찬 노트를 볼 때면 뿌듯해진다. 어학실력은 단기간에 이루어내기가 어렵기도 하고 워낙 모르는 단어들이 많아서 실제 실력으론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막연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조용히 내공을 쌓는 시간이 지나면, 아마 필요한 순간에 분명 도움이 된다는 것은 확실히 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로 지금의 작은 순간들이 모여서 나중에 한 권의 작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누구나 책을 쓸 필욘 없지만, 우리는 각자 한 권의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나름의 특별한 스토리는 누구나 갖고 있다. 지금 이 순간들을 담아둔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조금씩 나도 써 내려가야겠다. 잦은 출장 일정때문에 루틴이 깨졌다면 중간중간에 틈새시간에 쓰면 된다.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라면 모든 상황이 핑계가 되지만 ~할수 있다란 생각엔 모든 상황에서 시간을 쪼개서 결국 하게 된다. 완벽하지 않은 날것의 글이더라도, 남들에게 보여주기 창피한 생얼 같은 문장이더라도, 결국 진정성을 담은 솔직한 글이라면 독자들이 공감하는 최고의 글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