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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하는 독자들과의 만남

<스테이블코인 부의 대이동> 출간기념 저자강연회 준비

by 커리어 아티스트

싱가포르에 살다 보니 서울은 늘 출장의 도시였다.


비행기 안에서도 노트북을 열고, 공항에서 바로 미팅장으로 향하는 일상 속에서 요즘의 서울은 늘 ‘일하러 가는 곳’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이번엔 ‘회사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설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며칠 전, 출판사로부터 <스테이블코인 부의 대이동> 출간 기념 오프라인 저자 특강시간이 마련될 거란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읽는 순간, 손끝이 잠시 멈췄다. 이번 무대는 회사 업무나 직함이 아닌, 작가로서 받은 제안이었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그런 독자들과 무대에서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는 사실은, 세상의 어떤 보상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내가 쓴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닿았고, 그 마음이 다시 나를 현실로 불러낸다는 건 참 묘하고도 고마운 일이다.


2년 전, 첫 책을 냈을 때 싱가포르에서 작은 북토크를 한 적이 있다. 출간을 축하한다며 지인이 사온 조그만 케이크,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사람들의 진심 어린 눈빛, 그리고 공간 안을 가득 채우던 조용한 따뜻함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때 처음 느꼈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사람을 잇는 일이다.’ 내가 쓴 문장이 누군가의 하루를 멈추게 하고, 그 멈춤이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내는 순간,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관계가 된다는 것을.


이번에는 그때보다 훨씬 큰 무대다. 서울에서, 공저자와 함께, 에세이가 아닌 전문서적의 저자로서 서게 된다. 작가로서 무대 위에 선다는 것은 여전히 낯설고, 동시에 벅차다. 하지만 그 벅참의 뒤에는 솔직한 두려움도 있었다. 이미 일정은 빽빽했고, 체력도 부족했다. 게다가 나는 무대공포증이 있다. 카메라 앞에서도 긴장하는 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한다니. 준비할수록 자신감보다는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커졌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라는 목소리가 내 속에서 들려왔다. 그건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멋진 문장이 아니라, 겁이 많고 완벽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 던지는 솔직한 질문이자 다짐이었다. 그래서 결국 “하겠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발표 당일이 되면 분명히 손에 땀이 차고, 목소리가 떨릴 것이다. 그리고 속으로 ‘내가 왜 이걸 하겠다고 했을까’ 자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과보다 배움으로 이 시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전환점들은 언제나 ‘할까 말까’ 망설이던 순간에 그냥 해버린 선택들에서 시작되었다. 그 선택들이 늘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주었고, 새로운 문을 열어주었다. 아마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이렇게 귀한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하다. 짧은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경제경영서적이라 딱딱하고 거창한 메시지보다 조금 더 쉬운 내용과 솔직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늘 일로만 찾던 서울이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이번엔 출장 일정표가 아니라 마음속에 담아둘 기억을 만들러 가는 길이다. 독자들과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나눌 그날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을의 서울을 만나는 것 만으로도 이미 설레는데, 서울에서 한글로 하는 책 이야기라니...그 설렘이 두려움을 이기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천천히 이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출간기념회 신청페이지>https://event.kyobobook.co.kr/detail/240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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