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졸업 후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던 멋진 친구인데, 예전에 메이크업 사업을 하던걸 바꿔서 이벤트 마케팅 사업을 차렸다고 했다. 처음에는 생일파티처럼 작은 개인 파티 플래너로 꾸준히 일하다가, 나중에는 입소문이 커져서 기업고객도 상대로 해서 세미나, 연말 파티 같은 이벤트까지 맡게 되었다.
가끔씩 만날 때 사업 이야기를 하던 친구의 에피소드를 듣고 있노라면 내가 겪어보지 않은 세계가 신기하기도 하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의 친구가 자랑스럽기도 했다. 마음 한구석에서 언젠가는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던 나로서는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꿈을 펼치는 친구의 모습이 부러웠다.
이번에 온라인 웨비나 형식으로 이벤트 마케팅 사업 경험과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팁을 전하는 기회가 생겼는데 초대하고 싶다고 링크를 보내주었다. 항상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친구였기에 당연히 참석하겠다고 말하며, 오랜만에 잘 지내고 있는 거냐고 안부를 묻자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사실 코로나가 터진 2월 이후엔 일감이 모두 끊겼어
하마터면 재택근무가 쉽지 않다고 할 뻔한 나의 말은 삼킬 수밖에 없었다. 거의 3개월째 무소득이어서 당장 생계가 걱정인 친구 앞에서 재택근무에 대한 불평은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을 테니까. 코로나처럼, 본인 힘으로 통제가 안 되는 외부요인으로 인해, 그동안 열심히 활동해왔던 노력들이 잠정 중단될 수밖에 없다니 안타까웠다.
싱가포르는 6월 1일까지 서킷브레이커로 인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 중이다. 사람들을 대면해야 하는 부분이 필수인 친구의 이벤트 사업 같은 경우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사진작가인 그녀의 남편 역시 그녀를 도와 함께 이벤트 사업을 했던 터라, 부부가 모두 소득이 없는 상황에 친구도 고민이 많은 듯했다.
아이도 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묻자 "그냥 풀떼기라도 먹고 지내면 되겠지 뭐"라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대화가 심각해지는 것을 피하려는 것 같았지만, 그녀의 웃음 뒤에는 얼마나 무거운 고민들이 있을지 더 이상 말을 이어가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녀는 나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더니, 오히려 괜찮다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업을 한다는 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보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만 버틸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온라인 비즈니스에도 점점 관심을 두는 중인데, 오히려 이번 코로나로 인해 사업 구조를 좀 더 개선할 방안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 것 같아 감사하다고 했다.
친구를 보면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시도해보는 배짱,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보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야말로 사장님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사장님이 된다는 것은 마냥 멋지고 화려한 것보다는 그 이면에 엄청난 무게감과 책임감이 있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느꼈다.
직장인인 친구들과 가끔 점심시간에 얘기하다 보면, 언젠간 독립해서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그런데 우리가 언젠간 하고 싶어 하는 "사업"이란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겪어보지 않고서는 무게감을 실감하기 어려운 것 같다. 코로나 같은 외부요인으로 당장 생계가 어려워진다면 어떻게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지인 중에 직장을 다니시면서 식음료 사업을 조그맣게 하셨던 분이 계셨는데, 그때 그분이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사업을 하다 보면 오히려 회사 다니는 것이 얼마나 편한지 깨닫게 되는 것 같아. 그래도 회사는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잖아
월급은 받는 입장에서는 한 달이 엄청 느리게 흘러갔는데, 월급을 주는 사장님의 입장이 되고 보니 한 달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했다. 지금의 우리는 코로나를 겪고 있고, 언젠가는 이 시기도 지나가겠지만, 앞으로 제2, 제3의 코로나와 같은 위기가 온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직장인 역시 구조조정의 위기를 겪을 수 있지만,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좀 더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일단은 얼른 코로나 시기가 지나가서,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봄꽃처럼 다시 친구의 사업이 활짝 피어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