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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 오피스 그리고 백오피스

금융계 커리어의 진로

by 커리어 아티스트
나도 언니처럼 프론트 오피스로 가고 싶어.


오랜만에 통화한 후배는 앞으로의 커리어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한동안 금융계에서 경력을 쌓았던 후배는 나에게 부서를 바꾸고 싶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후배의 고민상담을 들어주면서, 문득 커리어 고민에 방황하던 나의 10년 전 모습도 떠올랐다.

금융계에서는 보통 수익을 창출하는 부서인 세일즈나 트레이더들이 있는 프론트 오피스, 마켓 리스크팀과 같은 미들오피스, 그리고 오퍼레이션인 백오피스로 나뉜다. 하지만 좀 더 크게 본다면 고객이나 시장과 직접 대면하면서 딜링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부서와 그를 지원하는 서포팅 부서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영업지원과 같은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백오피스 팀에 있었다. 나 역시 투자은행으로 첫 이직을 했을 때 오퍼레이션 부서에서 시작을 했었다. 처음에는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한 글로벌 투자은행에 입사했다는 뿌듯함 때문에, 부서에 대한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일을 하면 할수록 고객을 직접 대면하면서 성과가 정확한 숫자로 표현되는 세일즈 직무에 관심이 많이 갔다. 물론 그만큼의 압박도 있을 테지만, 고객 미팅에 직접 가서 협상하고 설득하는 과정도 겪어보고 싶었고 딜을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을 느껴보고 싶었다.


경력을 쌓아가면서 나에게 중요한 키워드는 "성장"이라고 느꼈다. 물론 백오피스에서도 전문성을 키우면서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니저와 함께 프론트 오피스와의 미팅이 있었던 날, 처음 방문했던 딜링룸의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매수매도 주문으로 시끌벅적한 오피스에서는 트레이더들이 모니터 6개를 동시에 보면서 딜링 중이었고, 리서치 페이퍼를 보며 헤드셋으로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세일즈 팀의 모습은, 같은 회사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너무 다른 세계였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지만, 금융시장의 최전방에서 일하는 그 모습이 당시에는 너무 멋져 보였다. 프론트오피스 업무는 매일 예측불허지만 그래도 적당한 긴장감을 통해 나의 커리어 또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부서를 이동하고 싶다고 직장선배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자, 그녀는 나에게 현실조언을 해주었다.


여자가 오래 일하기에는 오퍼레이션이 낫지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언제라도 짐 싸서 집에 가야 하는 리스크가 있는 프론트 오피스 포지션들에 비해서는 오퍼레이션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아무래도 안정적인 게 낫겠지라고 생각하며 부서이동에 대한 고민을 묻어두려고 했다. 백오피스인 오퍼레이션 역시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부서였다. 아무리 프론트오피스가 거래를 잘하더라도, 세틀먼트가 꼼꼼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프로세스 상 거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닐수록, 직접 고객들을 대면하는 프론트오피스에 대한 미련은 점점 강해졌다. 나도 얼마든지 잘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커져갔다. 하지만 주변에서 부서를 옮긴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세틀먼트 팀에 있다가 고객서비스팀에 가는 등, 백오피스 내부에서는 가능했지만, 백오피스에 있다가 프론트 오피스로 옮긴 케이스는 업무성격도 달라서 거의 보기 드물었다. 특히 외국계의 경우 업무가 세분화되어있어서 일단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간다면, 경력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 다른 부서로 옮기기가 어려웠다.


일분일초 바쁘게 흘러가는 딜링룸 (출처 : 구글)


그래도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오퍼레이션팀에서 평판을 쌓아가면서, 프론트오피스 팀 사람들과도 꾸준하게 미팅을 이어갔다. 또한 당시 내가 다녔던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커리어 개발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내부 이벤트들이 정기적으로 있었다. 그중에서 임원들을 초청해서 주니어들에게 도움이 될 멘토링을 소규모 인원으로 점심시간에 운영하는 브라운백 세션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가고 싶었던 부서의 매니저가 초대되는 날에는 무조건 그 시간은 예약해두었고, 그 팀의 매니저에게 나의 관심과 스킬 셋에 대해 나름대로 피칭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렇게 끊임없이 나를 알리고, 세일즈 한 끝에 우연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프론트 오피스 세일즈 팀에 공석이 생겼고, 평소에 관심 있었던 걸 알고 있었던 내부 동료의 추천으로 여러 번의 인터뷰를 본 끝에 나는 그토록 원하는 프론트오피스로 부서 이동을 할 수 있었다. 평소에도 꾸준히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유지했던 터라, 다행히도 기존의 팀 매니저의 추천을 받으며 무사히 부서이동을 할 수 있었다.


프론트 오피스는 백오피스와는 또 다른 종류의 압박과 어려움이 있다.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것도 맞고, 안정이라는 것과 거리가 있고 스트레스가 높다. 하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하루도 같은 날이 없고, 매일매일 새로운 이슈가 있지만, 그렇기에 더 흥미롭기 때문이다. 나는 후배에게 가늘고 길게 가는 포지션을 바라보며 커리어를 쌓으라고 하고 싶지 않다. 짧고 굵더라도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끝까지 도전하는 것이 맞다. 어차피 커리어는 본인이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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