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플로리스트

싱가포르 사업가들의 조찬모임

by 커리어 아티스트


오늘은 새벽 7시 반부터 시작되는 싱가포르 사업가들의 조찬모임이 있던 날이었다.


사업가인 나의 친구가 이번 모임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고 해서 그녀의 초대받아 새벽부터 줌에 로그인했다. 나는 사업가도 아닌데 참여해도 괜찮냐고 묻자, 그녀는 초청받은 사람들이 참관하는 건 괜찮다고 했다. 새벽 7시 반에 시작하는 거였는데 다들 방금 잠에서 깨어난 것 같지 않았다. 심지어 넥타이 정장을 입고 있던 남자분들도 계셨고, 여자분들은 풀 메이크업도 하고 계시고 다들 엄청 일찍 일어나신 것 같았다. 새벽 같지 않고 마치 대낮이 아닐까 라는 느낌이 들만큼 모두의 표정은 생기가 있었고, 목소리도 다들 활기가 넘쳤다. 문득 역시 사업가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다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조찬모임이라 간단한 식사도 원래 제공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시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다들 자기소개를 하는데, 전부 업종이 달랐다. 이벤트 매니지먼트 사업을 운영하는 내 친구, 그리고 그 외에도 전문 엠씨로 일하는 사람, 의사, 변호사, 피부관리사, 보험설계사, 부동산 중개인, 플로리스트, 은행원, 안경사, 디지털 마케터, 컨설턴트, 사진작가, 심지어 두리안 과일가게를 운영하시는 분도 계셨다. 업종과 하는 일은 전부 달랐지만 공통된 한 가지는 바로 본인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모임은 다양한 업종의 사업가들이 서로가 서로의 비즈니스 기회를 소개해주고 본인도 다른 사람에게 소개를 받는 식으로 네트워킹을 하는 비즈니스 모임이었다. 알고 보니 서로 업종이 겹치지 않았던 이유도 한 모임에서 1 직업군 출신의 사람만 참여를 하는 것이 룰이어서 경쟁이 없다고 했다. 내 친구의 이벤트 매니지먼트 사업 프레젠테이션을 보면서 평소에 잘 몰랐던 친구의 사업 마인드도 볼 수 있어서 멋지다고 생각했다. 프레젠테이션 이후,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제각기 본인의 비즈니스 소개를 했다.


저는 꽃을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 플로리스트예요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플로리스트를 하는 분의 자기소개였다. 나이도 어리고 갓 대학을 졸업한 앳된 소녀 같은 인상을 가진 분이었는데, 졸업하자마자 본인이 좋아하던 꽃으로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고 했다. 젊은 감각으로 인스타그램에 활발하게 본인이 한 작품을 포스팅했는데, 그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팔로워 수도 몇천명에 달했다. 요즘에는 전문 꽃꽂이 수업을 받으러 유학 가는 사람도 있고, 사업하기 전에 당연히 따로 전문 수업을 배웠거나 자격증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런 경험이 없었다고 했다.


프러포즈용 사진 꽃다발 (출처: petalfoo)


보통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하려고 할 때, 준비과정으로 보통 배우는 단계를 거치기 마련인데, 이분은 오히려 꽃 관련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본인의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평범한 꽃바구니가 재미없어서, 꽃 대신 과자를 꽃다발처럼 포장하기도 하고, 심지어 치킨을 꽃다발처럼 꾸미기도 했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맞춤형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꽃꽂이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없는 점이 자신만의 스타일이고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소 파격적인 치킨 다발^^;; (출처 : petalfoo)


나는 사실 어떤 도전을 하기 전에는, 정식 교육과정을 거치거나 자격증이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메이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정식으로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자격증을 먼저 취득했었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당연히 그것이 정석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는 단지 꽃을 좋아하고 업으로 삼고 싶다는 이유로 덜컥 사업을 시작했다. 틀에 박힌 평범한 꽃다발이 아니라,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특이한 디자인이기에 오히려 고객들이 다른 플로리스트 대신 자신을 찾아준다고 했다. 흔하지 않은 디자인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여기고, 자격증 대신 본인만의 사례를 성공 스토리로 엮어내는 그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자격증이 있어야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원하는 일이 있으면 정석으로 배워가며 시작하는 길도 있지만, 꼭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본인만의 개성으로 충분히 사업을 해낼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고민의 굴레 안에서만 맴돌지 않고, 두려움 대신 일단 시작하는 행동력이 중요하단 사실도 느꼈다. 정해진 정답이 따로 없는, 개성이나 창의적인 감각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어쩌면 남이 나에게 주는 것을 기다리는 자격증보다는, 마켓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사업을 시작하는데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