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 언니가 갑작스럽게 그만둔 지 어느덧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솔직히 말하면 갑작스럽게 집안일을 (청소/빨래/요리/설거지/다림질)을 육아와 재택근무와 병행하려니
당연히 힘에 부쳤고, 얼른 다른 도우미를 고용하고 싶어도 코로나 때문에 마음처럼 되지 않는 현실이 매우 어려웠다
치워도 치워도 정리되지 않는 집안, 끊임없이 나오는 빨랫거리,
때에 맞춰서 건강식으로 준비해야 하는 둘째의 이유식 준비까지,
부엌에서 요리하면서 컨퍼런스 콜을 하느라 스피커 폰으로 켜 두고,
콜 내용에 정신이 빠져서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니까
요리를 하다가 손을 베기도 했고, 뜨거운 물에 데기도 했다.
나만의 시간, 엄마로서의 미타임은 사치였고, 그저 하루하루 서바이벌하기에도 바빴던 멘붕의 나날들...
가사도우미 없는 이 세상 워킹맘들은 진정 슈퍼맘인 것 같다는 존경심이 느껴졌다.
일주일 정도가 지났고 계속해서 우울해하기엔 나의 시간이 아까우니,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읽었던 걸 직접 실천해보고자 한다.
바로 상황을 컨트롤할 수 없을 때 나의 마음가짐, 시선 바꾸기, 긍정적인 점 찾아보기.
감사일기까지는 아니어도 나의 시선과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꿔보려고 하니,
절망적이라고만 생각했던 지금, 의외로 좋은 점들이 있었다.
1) 자동 다이어트
지난 몇 개월 동안 그렇게 홈트 하고 걷기 운동해도 절대 안 빠지던 살이
갑자기 3킬로가 훅 빠지더니 이제는 앞자리가 바뀌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 입맛이 똑 떨어지기도 했고, (이게 제일 큰 이유인 듯)
집안일하느라 끊임없이 왔다 갔다가 일어났다 앉았다 하루에도 계속해서 움직이니까
은근히 자동운동(?)이 된 건지, 다이어트 효과를 보고 있다.
마음고생 때문인 것 같아서 별로 좋은 다이어트 방법은 아니긴 해도
어쨌든 살은 빠진 거니까 긍정적인 효과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내친김에 이번 달 말까지 몸무게 앞자리 바꾸기를 목표로 해야겠다.
2) 시간관리 / 멀티태스킹 스킬 업그레이드
솔직히 시간관리나 멀티태스킹에는 정말 자신 있다고 생각했으나
가사도우미가 없을 때의 상황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일단 눈앞에 지저분한 집안을 보면 일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집안일을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고 재택근무에 돌입해야 했다.
대신 일을 할 때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집중력을 모아서 하게 돼서
오히려 시간 대비 효율은 높아진 것 같다. 잡생각 따위는 할 여유가 없으니까.
그리고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오롯이 나만의 시간에 조용히 앉아 커피 한 잔을 두고 책을 읽는 시간,
혹은 글을 쓰는 시간이 나에겐 소중한 행복의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낮에는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을 때
새벽 이른 시간이나 밤늦은 시간에라도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3) 가족들과 좀 더 가까워진 시간
아이들과 계속해서 함께 있다 보니
평소에 가사도우미를 더 따르던 아이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자기 전에 동화책도 더 많이 읽어주게 되고,
요리도 좀 더 영양에 신경 써서 하게 된다는 것.
첫째 유치원 간식도 내가 만든 걸로 싸서 보내주게 된다.
집안일이 힘에 부치는 걸 아는 신랑은
퇴근하고 난 후, 설거지를 도와주기도 하는데
이렇게 가정적인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이번 달은 사실 정말 바쁜 시기였다.
때 마침 회사에서 프로젝트도 시작하는 것이 많았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다발로 벌였던 이번 달이었기에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왜 하필 지금 이런 일이라는 생각에 한숨만 나왔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점을 써놓고 보니, 모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은 분명히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언제 새로운 가사도우미를 구할 수 있을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리고 언제까지 재택근무를 할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어떤 상황이 닥친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은 내 마음 안에 달려있다는 점
긍정적인 마음의 힘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