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를 보니 우리가 지금 채용하는 포지션과 핏이 맞는 것 같으니 언제 인터뷰가 가능하겠냐고 묻는 인사부의 전화였다. 정말 가고 싶었던 업무, 포지션, 회사 모든 것을 갖춘 곳이었기에 그 전화 한 통에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졸업하는 날, 딱 맞춰서 원하는 회사로부터 면접제의를 받다니 이렇게 기막힌 타이밍이 있을까, 그동안 고생하면서 공부한 것도 다 이런 기회를 맞이하기 위함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회사에서 최종면접까지 총 8번의 면접을 보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미 다년간의 면접 경력(?)으로 나는 자신감 있게 매 라운드를 클리어했고, 막판까지 초스피드로 진행되었었다. 마지막 면접 때도 실수 없이 마무리를 해서, 이미 합격한 것 마냥 기대감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최종 면접 이후 이상하게도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원래 면접 후 내가 먼저 인사부 쪽에 연락은 잘 안 하는 편인데, 이번엔 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간절해진 마음으로 업데이트가 있냐고 묻는 간단한 메일을 보내면서도 혹시나 이 메일이 나의 당락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 회사에서는 끝내 나에게 연락을 주지 않았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MBA 졸업 후 커리어의 도약을 생각했던 나는 예상과는 다르기 전개되는 상황이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동안 실수 없이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최종면접까지 승승장구해서 자랑스러웠던 스스로의 모습이, 연락이 오지 않자 하루아침에 180도 바뀌어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스스로를 탓하기 시작했다.
아직 내가 그 포지션으로 가기엔 너무 많이 부족한가.
이럴 거면 MBA는 왜 한 거지, 역시 시간낭비, 돈 낭비였나.
그동안 그 회사의 합격소식을 기대하며 꿈에 부풀었던 내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흐른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오히려 그때 안된 것이 잘된 일이었단 생각이 든다.
그 이후에 하게 된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이 매우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부족했다고 생각했던 나의 스킬셋을 키우기위해,
여러가지 업무역량에 관련한 자료들, 영상들을 섭렵했고 면접때 마다 스토리 텔링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면접을 많이봐서 자만했던 나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었고, 더 경쟁력있는 모습을 갖추는 계기가 되었다.
만약 그때, 그 회사에 합격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엄청난 업무량으로 유명했던 그곳에서 하루하루 야근에 시달리면서 후회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