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과 자만심의 사이에서
그동안 너무 잘해오셨는데, 일단 본인에게 주어진 옷부터 입으세요,
앞에 근사한 옷을 두고도 계속 입을까 말까 고민하는 모습이네요
안 그래도 평소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 인색한 나에게 그분의 칭찬은 따뜻한 격려와 위로처럼 느껴졌다.
언제부터 자기 검열을 심하게 해왔을까 돌이켜보니, 직장생활 초창기 시절부터였던 것 같다.
싱가포르에서 사는 외국 주재원들이 많이 모였던 어느 네트워킹 파티에서였다. 그러다가 한 친구를 알게 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직장생활 얘기가 나오고, 연봉 얘기가 나왔다. 똑같이 타지에 나와서 일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엄청난 액수의 연봉을 받는 그 친구를 보자, 문득 나의 현실과 비교가 되었다.
그녀가 살고 있는 으리으리한 펜트하우스와, 방하나 렌트해서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되자, 초라해지고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그 만남 이후에 스스로가 괜히 이유 없이 실망스럽단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직장인들의 이직 기준이 되기도 하는 연봉, 원초적인 단어로 '돈'이다.
한때는 돈이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면서부터 돈이 사람의 기분을 들었다 놨다 하는 현실은 부인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서울에 살던 친한 친구에게 이런 나의 초라한 마음을 담은 솔직한 메일을 보냈었는데,
그녀가 나에게 보내준 답장을 읽고 한동안 멍해졌었다.
지금 다시 읽어봐도 많은 위로가 되는 것 같아 이곳에도 남겨본다.
"너의 기분은 충분히 감이 잡힌다. 초라해 지는 내 모습, 요런 거
그런 주변이 들을 볼 때마다 초라해지고 쪼그라들고 그럴 수 있겠지만,
그래도. 매번 그렇게 느끼는 건 너무 우리의 인생이 가혹하지 않니?
한 예로, 반대의 사람들과도 좀 어울려보면,
또 다른 어떤 무리들은 분명 너를 너무 부러워하고 있을 거야. 해외 취업에, 외사에.
너 스스로 조금은 더 너를 치켜세울 필요도 있어
그 먼 곳에서 가족 하나 없는 곳에 나가서 일하는데 네가 뭐하러 남이랑 비교된다고 쪼그라들어.
그건 너무 삶이 외로워지잖아.
그러니 그렇게만 생각하지 말고 가끔씩이라도 좀 더 콧대 높여서 살아볼 필요는 있다고 봐.
음, 있잖아, 네가 싱가포르에 가서 여태까지 네가 나한테 단 한 번도.
네가 하는 일에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나에게 말해준 적이 없었어
그럼 안되는 거야.
돈이면 돈. 일이면 일. 사람이면 사람. 어떤 거 하나라도 당당하게 너를 자랑한 적이 없어.
난 그런 너의 모습을 볼 태마다 안타깝고 걱정되고 그래.
여태껏, 그리고 지금 너 주변에 얼마나 멋지고 잘 나가는 사람들이 많은진 모르지만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보며, 자꾸만 위축되고 비교되고 작아지는 네가 되는진 모르겠지만
그건 그들 인생이지, 비교대상이 아닌 거잖아.
롤모델이 아니고, 멘토가 아니고, 그냥 네가 거기서 알게 된 지인들인 거야.
누가 뭐라 한들, 내 주변에 얼마나 잘난 이들이 있든,
내 눈에 비친 너는 정말이지 멋진 곳에서 더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면서 잘 나갈 수 있는 아이가
빛 낼 생각조차 못 내고 있는 게 너무너무 안타깝다, 조금은 자신감 가질 필요 있어.
요즘엔 그렇다더라.. 투덜이 스머프보다, 차라리 허세 부리는 스머프가 나은 세상이라고.
잡일 야근 야근 야근의 회사생활이면 좀 어때.
넌 더 당당해지면 되는 거고 잘 나가면 되는 거야.
우리 좀 있음 30이다. 30전엔, 정말로,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하루도 완전 파이팅! 을 외치는 삶을 찾아야지
당장 돈이 빠듯하고, 직업을 놓을 수 없고, 그런 건 나중에 네가 새로운 가정을 꾸려서 너만을 의지하며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그때 걱정해도 되는 거 같아.
내 눈에 넌, 본인이 멋쟁이인지 모르고 있는 멋쟁이 친구니까 ^^
남몰래 싱가포르에서 흘리는 눈물도 있을 거고
일거수일투족 쫑알거릴만한 친구가 없어서 더 외롭다고 느껴질 때도 있을 거고
좀 더 여유롭지 못한 삶이라 돈 때문에 짜증 날 때도 있겠지만,
조금은 더 콧대 높고 당당해지는 네가 되길 바라며~
초라해지는 모습은 노노~ 버려버려~ 냅다 버려!
돌이켜보니 그때 친구가 해준 말도 지금 내가 컨설팅하면서 들었던 이야기와 비슷했다.
내가 그래도 될까,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을 이제 그만 내려놓고,
내 앞에 놓인 근사한 옷을 당당하게 입고,
그동안 해왔던 나만의 스토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이 세상에서 이렇게 살아온 스토리를 가진 사람은,
나 밖에 없는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