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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님이 되어 나타난 예전 동료

세상은 정말 좁다

by 커리어 아티스트
혹시 W 기억나? 그 사람 어땠어?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가 이번에 유명 유럽계 회사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W를 아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와 일한 경험이 어땠냐고...


W는 예전 회사에서 나와 같은 팀에 있었던, 그리고 나보다 직급이 낮았던 후배였다.

싱가포르 사람이었고 주어진 일은 성실하게 하는 선한 인상의 좋은 친구였다.

팀에서도 사람들과 관계나 평판 관리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친구였다.


그리고 그가 다른 동료들과 특별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승진에 대해서 엄청난 열의가 있다는 점이었다.

기회만 있으면 앞으로의 커리어 플랜이나 승진에 대해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 고민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팀에 한 1년 정도 일하다가, 다른 회사에서 좋은 기회가 있다며 이직을 한 이후로는 소식이 끊겼었다.

그런데 친구에게 들어보니, 그는 그곳에서 어느덧 상무님 직급이고 이번에 내 친구의 면접관이라고 했다.

내 친구는 한때 그가 나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걸 알고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었는데,

나는 당연히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고속승진을 해서 벌써 높은 직급에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다.


좁은 도시 안에서, 업계는 더더욱 좁고, 경력직으로 같은 롤의 이직이라면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안다.

고용시장이 유연해서, 이직이 활발한 싱가포르에서는 같은 업계 내의 이동이라면 예전 회사에서는 어땠는지

레퍼런스 체크를 쉽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이직 생각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평판 관리에 신경을 쓴다.


연락이 한동안 끊겼던 그의 소식을 이렇게 접하다니, 반갑기도 했고,

그 자리에 가기까지 다른 사람들을 모를, 본인만의 노력을 했을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항상 원하던 목표를 마음에 꾸준히 담아두고 노력한 결과,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이 아닐까.


그의 소식을 듣고 나는 스스로의 모습도 돌이켜보게 되었다.

지금 나보다 낮은 직급의 후배라고 해서 항상 같은 직급의 후배로 남아있지 않는다.

능력이 있으면 언제든지 고속승진을 할 수 있고,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될 수도 있다.


예전 회사에서도 나보다 나중에 들어온 후배가 팀 리더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녀가 신입으로 들어왔을 때 업무 트레이닝을 해줬었는데, 그랬던 그녀가 몇 년 후, 팀 리더가 되어서 그녀에게 업무보고를 해야 했을 때, 처음에는 솔직히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오히려 이런 점 덕분에 항상 긴장감 있게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런 업무성과 없이, 회사에 몇 년 있으면 자동승진되는 시스템은 이곳 외국계 (특히 미국/유럽계)에서는 사실 찾아보기 힘들다.

항상 본인의 실적을 평가받고, 능력을 증명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되기 마련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업계에서 유능한, 그리고 대체 불가능한 스킬 셋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

똑똑하고 언변도 뛰어난 중국계/인도계가 많은 싱가포르에서 나만의 엣지를 찾아서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10년 넘게 이 치열한 업계에서 살아남은걸 보면 나 자신이 대견스럽다.


언젠가 상무님이 된 나의 예전 동료인 그와 마주치게 된다면, 반갑게 인사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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