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시절, 학부 때 백그라운드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영어라고 할 때마다, 나의 외국인 동료들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입사 동기 거의 대부분이 경영, 경제와 같은 비즈니스 관련 전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 외국인 친구들과 유창한 발음의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모습을 동경했다.
나에게 외국어란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이었으며, 영어를 배우는 것도 너무 재미있었다. 이후에 한국으로 복귀하면서, 좋아하는 언어를 조금 더 깊게 공부하고 싶어서 외국어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반에서 외국에서 살다온 친구들은 많았는데 그 친구들은 거의 영어권 나라인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같은 영어권 국가 출신들이었고, 베트남에서 온 사람은 나 하나였다.
외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대학 전공 역시 영어로 결정했다.
나는 좋아하는 것을 전공으로 하고 싶었고, 의심할 여지없이 나에게 그것은 영어였다.
영어를 하는 것이 너무 좋았고, 가르치는 것도 좋아했다.
나중에 졸업 후에도 영어 통역사나 영어 선생님 같은 직업처럼 영어 관련한 일을 하고 싶었다.
영어 관련 경시대회가 있을 때마다 도전하고 수상한 적도 여러 번이었고, 그렇게 영어는 나에게 자부심이었다.
해외인턴을 경험하면서, 꼭 통역사나 선생님 같은 직업이 아니더라도
해외에서 계속해서 영어를 쓰면서 회사를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결국 외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영어에 자신감이 넘쳐나던 대학시절의 나보다
외국에서 10년 이상 지낸 경험이 있는 지금의 내가 느끼는 영어가 오히려 더 어렵다.
업무상으로 이메일을 쓰다가도. 메일 내용이 간결하면서 전달력 있게 쓴 건지 쓰고 나서도 계속 다시 생각하고 어휘를 바꿔보기도 하고, 그렇게 한참 붙잡고 있다가 겨우 보낼 때가 많다.
단어 하나에, 문장 하나에 민감한 중요한 협상 내용이 담기는 내용일수록 더욱 그렇다.
어느 날 다른 부서에서 온 답장을 보고 한동안 감탄해서 계속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
사내에서 일 잘한다고 소문난 분이었는데,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며, 너무나 적절한 고급 어휘와, 문장 하나하나에 배려심도 느껴지는, 그야말로 메일 하나에도 우아함이 묻어났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뚜렷해서 헷갈리지 않았다. 그는 괜히 일 잘하고 스마트한 분으로 소문난 것이 아니었다.
해외에서 산다고, 영어를 매일 쓴다고 해서 자동으로 영어가 늘고 원어민처럼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사실 원어민들도 다들 커뮤니케이션이 완벽한 건 아니다. 이메일 내용을 봐도, 그래서 구체적으로 액션 포인트가 뭐라는 거지?라는 의문이 든다면, 그건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어를 못한다고 외국계 회사에 입사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외국계 회사에서 "살아남으려면" 영어가 정말 중요하다.
회사생활을 10년 넘게 한 결과,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중요한 스킬셋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영어는 외국에서 오래 산다고 해서 저절로 느는게 아니라 스스로 끊임없이 일부러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해야 한다.
고급 영어를 배우고 싶어서 요즘 유행한다는 영어 학습 플랫폼 고급과정에도 등록했었다.
학창 시절처럼 뭔가 열심히 수업을 통해 노력한다면 얼른 실력이 늘지 않을까라는 기대에서였다.
나름 큰 기대를 안고 첫 수업을 진행했는데, 원어민이었던 선생님이 나에게 말했다.
고급 영어란, 이런 레슨을 몇 달 한다고 정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본인이 평소에 신문이랑 미디어를 통해서 계속 노출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내가 그토록 알고 싶었던 고급 영어의 방법은, 바로 꾸준하게 고급 영어에 노출을 시키는 것이었다.
하루에 짧게라도 좋으니 계속해서 좋은 콘텐츠를 듣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러고 보면 외국어는 운동이랑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날 이후, 매일 아침 나는 영어 콘텐츠를 팟캐스트로 듣는다.
뉴스는 이미 너무나 유명한 채널들도 많으니 생략하고,
요즘 한창 관심 있게 듣고 있는 팟캐스트를 소개한다.
1) Janet Lansbury - Unruffled
엄마가 되고 나서 항상 고민인 주제, 육아에 대한 팟캐스트다. 엄마를 위한 육아 내용을 다루는 방송을 몇 개 들어왔는데 그중에서도 Respectful Parenting의 주제로 상담하는 식의 내용의 방송이다. 듣다 보면 공감도 많이 가고, 엄마들을 위한 육아 꿀팁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