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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해외살이의 재발견

이방인이 아닌 자국민으로 살아가는 안정감

by 커리어 아티스트

외국에서 오래 살면서, 친했던 지인들이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면서

이별의 순간들을 겪는 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때마다 솔직히 나는 많이 흔들렸다.


공항에서 지인들을 배웅하고 돌아설 때면 마음이 헛헛해지면서

나 역시 무슨 부위 영화를 누리겠다고 타지에서 이렇게 혼자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덩달아 한국으로 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었다.


코로나로 인해 집 밖으로 거의 외출하지 않는 언택트 기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이번 일을 겪으며 귀국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더욱 많아진 거 같다.


해외생활이 마냥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 해외로 나오기 전에는 어딘지 모르게 코스모폴리턴, 글로벌한 분위기의 회사에서

국제적인 감각을 가진 인재를 꿈꾸며 내가 성장하기 위해 많이 배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사는 곳은 어디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의 순간이 오는 것 같다.


물론 해외에서 직장 생활하면서 많이 성장하기도 했지만,

가끔 타향살이에 지칠 때마다 나의 집, 가족, 친구들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휴가 때면 한국에 잠시 방문하고 1-2주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다시 해외의 일상으로 돌아갈 때, 공항에 마중 나오신 엄마를 뒤로 하고 다시 출국하러 들어갈 때

눈물이 그렁그렁한 엄마의 모습을 보며 코끝이 찡해질 때, 그 현타가 최고치에 오르는 것 같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해외 살이 하면서 한국에 자주 방문했지만,

한국 일정을 끝내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아쉬움과 먹먹함은 여전하다.

그러면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일까라는 고민도 덩달아 따라온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난 이후, 자국민 중심 주의의 분위기가 많아졌다.

싱가포르는 서구나라들에 비해 한국에 대한 인종차별 같은 건 없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외국인으로서 신분이 불안한 건 요즘 어쩔 수 분위기인 것 같다.


더 이상 타국에서 항상 긴장하면서 지낼 수밖에 없는 이방인이 아니라,

내 나라에서 안정적인 삶을 지내고 싶어서 귀국한다던 어떤 지인의 말도 이해가 된다.

그리고 가족이 아플 때, 곁에서 있어줄 수 없는 게 마음이 아파서

귀국을 결심한 케이스도 있는데,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 이런 게 아닐까.


싱가포르에 있다가 홍콩, 일본, 중국, 미국, 유럽 같은 제3국으로 떠나는 지인들도 있었다.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 싱가포르 이후, 다음 정착지는 어디인가라는 주제가 가끔 나오는데

나의 대답은 항상 변함없이 한국이었다.


그럴 때마다 직장생활을 아직 한국에서 해본 적이 없어서,

한국은 일하러 간 게 아니라 휴가 때 가는 거라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라고 지인이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한국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다음 주에 또 한 명의 지인이 귀국을 한다.

가족들과 함께 안정적이고 행복할 그의 한국에서의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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