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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Jun 01. 2020

엄마의 낡은 운동화

엄마의 내공을 닮으려면 아직 멀은 것 같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운동화를 50% 반짝 세일한다는 소식을 보았다.


안그래도 요즘 새벽 조깅을 하면서 신는 나의 운동화 밑창이 다 떨어져있었다.

걸어다닐 때마다 너덜너덜거리면서 철퍼덕거리는 소리가 거슬리던 참이었다. 

50%세일할 때 하나 사두는것도 괜찮겠지 라는 마음으로 신발들을 구경하는데

문득 엄마생각이 났다. 엄마가 나라면 과연 새 신발을 사셨을까?


항상 알뜰했던 엄마는 모든 물건을 뚫어질 때까지, 도저히 못쓸 때까지 쓰셨다.

물건을 사면 기본 10년이상, 심지어 20년 이상 넘은 것들도 있었다.

농담으로 나는 친정 집에 갈때마다 무슨 박물관 같다고 했을정도로... 

전기, 물 같은 건 물론이고, 그외에도 생활 속에서 절약할 수 있는건 최대한 아끼셨다.

왠만큼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는 버스비를 아낀다고 걸어다니셨고,

부득이하게 버스와 지하철을 타게되면 환승적용시간을 챙기려고 뛰어다니셨다.


당시 빠듯했던 형편 때문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엄마의 절약습관은 아직도 여전하다.  

나의 교육비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으셨지만 정작 본인 물건에 돈을 쓰는건 많이 꺼려하셨다.

그래서인지, 엄마의 옷장에 새 옷은 별로 없었다. 

신발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일하러 다니시느라 운동화가 낡고 닳아있었다.

엄마한테 제발 이제 하나 새로운 거 사시라고 했으나 엄마의 대답은 항상 같았다.


아직 신을만 해, 뭐하러 돈을 써


어린시절 나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커서 돈벌게 되면

엄마한테 새 옷, 새 신발을 마음껏 사드리리라고 다짐했다. 

취업을 하고 난 후, 첫번째 월급을 받았을 때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이제 내 힘으로 돈을 벌어서 엄마를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을것 같아서. 


일년에 한 두번 한국에 갈 때마다 내가 꼭 엄마와 하는 것 한가지가 있는데

바로 엄마와 근처 시내로 쇼핑을 하러가는 것이다. 

한국에는 어쩌면 그렇게 예쁘고 사고싶은 것들이 많은지...

그동안 떨어져있는 시간 동안에 그리워했던 우리 엄마와의 데이트도 할겸,

엄마한테 예쁜 옷, 신발도 사드릴 겸 해서다.


우리 딸이 외국에서 힘들게 고생하면서 번건데, 뭐하러 돈을 써



엄마는 여전히 본인에게 돈 쓰는걸 어색해하신다.

하지만 이제는 엄마가 외출할때 입을수 있는 옷, 그리고 신발을 사드릴 수 있어서

나는 그렇게 해드릴 수 있는 내 자신이 뿌듯하다.


나의 낡은 운동화를 보면서 문득 엄마생각이 났다.

엄마의 알뜰한 습관을 어릴때부터 봐서 그런지 나도 역시 절약하는 습관을 갖고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내가 필요한 물건까지 참고 버틸만한 엄마의 내공에 따라가려면 아직 무리인것 같다.

집에 가득 차 있는 나의 옷들, 신발을 보면서, 미니멀라이프를 고민해보곤 하지만

역시 밑창이 떨어진 운동화를 계속 신고 다닐순 없는 노릇이니까...


나중에 우리 아이들도 절약정신을 본받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우리엄마만큼의 모범을 보이기엔 어쩐지 한참 더 노력해야할것 같단 느낌이다. 

엄마가 나라면 과연 어떻게 하셨을까. 내가 꼭 필요한 물건을 사는건가.

괜히 필요없는 사치를 하는건 아닐까, 계속 돌이켜보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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