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리어 아티스트 Apr 13. 2020

피아노 연주의 로망

코로나 시대, 취미 활동의 재발견  

어린 시절 내 또래 여자 친구들 중에 피아노 학원에 안 다녀본 친구는 거의 없을 것 같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은 저마다 학원 가방을 들고 아파트 뒤편 상가에 있는 학원들로 향했다. 

예체능 사교육의 스테디셀러는 역시 피아노, 미술, 그리고 태권도가 아닐까 싶다. 


당시에는 주변에서 다들 다니던 피아노 학원이었고 엄마도 다니라고 하니까

몇 년 동안은 그래도 호기심에 잘 따라가다가 싫증을 잘 내는 성격 이어선지 점점 지겨워졌다.

그렇게 꾸역꾸역 다니다가 결국 체르니 100번까지 치고 그만두었다.


동기부여가 없는 상태에서 매일 반복해서 치던 피아노가 얼마나 지겨웠는지 모른다.

근데 요즘 들어 그냥 꾸준히 배워둘걸 후회 중이다. 꾸준히 해두었더라면 지금쯤 어디에서라도 연주에 자신이 있을 텐데 중간에 어중간하게 그만둔 게 아쉽다. 


피아노를 마련할 만큼 넉넉한 집안 형편도 아니어서 엄마는 연습용으로 키보드를 사다 주셨다.

그동안 배운 내용이라도 잊어버리지 않고 계속 연습할 수 있도록 무리하게 장만하신 거였다. 

키보드로도 충분히 연습이 가능한데, 당시의 나는 어린 마음에 왠지 진짜 피아노가 있는 집이 부러웠다


피아노 있는 집이 부잣집이라는 생각에 언젠간 돈을 많이 벌어서 피아노가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피아노 학원은 가고 싶지 않았으면서 인테리어용(?) 피아노에는 욕심이 났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서 지금은 집에 피아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장식용으로 전락했다.

마치 헬스용 자전거가 옷걸이로 전락하듯, 피아노는 그냥 위에 장식품이나 액자 올려두는 용이 되었다.

예전에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싱가포르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또다시 피아노를 다시 연습해볼까 해서 피아노랑 악보까지 사두었는데, 시간을 투자해서 연습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었다.


사교육이 활성화되어있는 싱가포르에서도 역시 피아노 학원을 동네에서 꽤 볼 수 있다.

지금은 아직 아이들 나이가 어려서 본격적으로 예체능 사교육은 보내고 있지 않지만,

나중에는 결국엔 우리 아이들도 보내게 되지 않을까 싶은 학원들이다.


아이가 거부하면 모를까, 처음에는 흥미가 있는지 기회는 주고 싶기 때문이다. 

다니다가 싫다고 하면 그냥 취소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관심 간다고 하면 시켜보고 싶다.

악보 읽는 기본지식만 있어도 나중에 흥미가 나면 계속해서 이어갈 수는 있으니깐.




집에서 먼지만 쌓여가던 피아노를 요즘 다시 연습하는 중이다. 


얼마 전 팔로우하던 인스타 그래머가 뉴에이지 음악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을 보고 홀딱 반해버렸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음악인데, 카페 같은 곳에서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익숙한 멜로디였는데 

피아노 연주로 들으니까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냥 일반 직장인이 치는 피아노 연주였는데 평소 알던 이미지의 그 사람이 달리 보였다. 


알고 보니 영화 [달콤한 인생]의 OST로도 유명한 유키 구라모토의 <로맨스>라는 곡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s8u8anKfdM

유키 구라모토의 [로맨스] 연주 (출처:유튜브)


익숙한 멜로디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나도 저렇게 근사하게 연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피아노의 로망이 다시 생겼다.

 

알고 보니 그 곡의 악보도 이미 예전에 사두었던 뉴에이지 악보집에 있었다.

단지 내가 그동안 연습을 안 했던 것 일뿐, 악보도 읽을 줄은 아니까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연습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마음을 잡고 3일 정도 연습 중인데 이제 멜로디는 제법 그럴듯하게 들린다. 조금만 더 시간을 들이면 외워서 연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 시기에 싱가포르는 서킷 브레이커 때문에 웬만하면 외출을 금하고 있다.

집안에 있는 시간이 답답할 수 있지만 개인 시간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취미생활의 재발견을 하고 있는 중인데, 피아노 연주가 그중 하나다. 

 

평소엔 바빠서 귀찮아서 스킵하던 걸, 이제는 마음잡고 연습할 시간이 생겼으니 코로나가 지난 후에는 적어도 몇 곡 정도는 마스터할 수 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온라인 수업, 결국 시작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