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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Apr 02. 2020

온라인 수업, 결국 시작되다

재택근무보다 훨씬 어려운 재택수업

나는 온라인 수업을 좋아한다. 그리고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딸의 온라인 수업을 접하기 전까진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요즘에 양질의 오프라인 강의들도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져서 오히려 해외에서 살고 있는 나로서는 좋은 강의도 온라인 수업으로 접할 수 있어서 장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대학원 때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번갈아가며 운영되는 블렌디드 프로그램이었기에 온라인 수업에 대해서 많이 익숙하기도 하고 거부감도 없었다. 요즘처럼 디지털화되어가는 시대에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서 연결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 한국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개학이 현실화된다는 뉴스를 보았다. 

코로나로 심각한 요즘, 모두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최선의 조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 유치원생인 아이의 한글학교 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된다고 공지가 되었다.

이미 재택근무나 재택수업을 온라인으로써 여러 번 접해왔던 나는 어려울 것 없이 자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사람은 경험을 해봐야 현실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난주 수업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의 나이가 어려서 그런 걸까. 유치원 아이에게 온라인 강의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았다.

먼저 시스템을 체크하려고 웹캠을 켜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문제는 나만 자리에 앉았다는 것.

우리 아이는 전혀 앉을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_-


일단 아이가 모니터 앞에 얌전히 앉을 거라고 생각한 게 착각이었다.

자리에 앉히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 계속 딴짓을 하려는 아이를 겨우 어르고 달래서 앉히고 나면

또 핸드폰을 보려고 하고, 이제 책 봐야지 하고 폰을 뺏으면 떼를 쓰고 울음보가 이어져서

그야말로 멘탈이 탈탈 털리는 듯한 체력적, 정신적인 피곤함과 마주해야 했다.


어떻게 겨우 앉히고 나니 한 번에 스무 명 남짓한 아이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비치고 있었다.

이윽고 선생님은 출석을 부르신다. 그런데 음소거가 되어있지 않아서 대답은 묻혀버리고 이내 배경 소음으로 인해 시끌벅적해졌다. 전부 음소거를 좀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진행이 더디고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이어지는 선생님의 동화책 읽어주기 시간.


우리 아이는 여전히 관심 없다는 듯, 계속 딴청을 부리고 있었고

그새 또 방 안으로 달려든 동생과 또 장난을 치느라 또 수업내용은 안중에는 없었다.

이미 수업하기 전부터 멘붕에 직면한 나는 아이를 달랠 기운조차 나지 않아서 거의 포기상태였다.  

선생님이 질문해도 묵묵부답인 아이를 보면서 그동안은 느끼지 못했던 온라인 수업의 한계를 경험했다.


"선생님이 방금 뭐라고 질문하셨지? 엄마랑 한번 같이 대답해볼까?"

최대한 상냥하고 침착하게 물어보았지만 아이는 킥킥대고 장난을 계속 친다.

그렇다고 그와중에 아이를 야단칠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속이 터지는듯한 마음을 꾹 누르면서 아이의 관심을 최대한 수업에 돌리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자리에 앉히느라 씨름하면서 시간만 허무하게 보낸듯한 느낌이었다.


모니터 너머의 분위기나 직접 만나야만 느낄수 있는 부분들이 새삼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그 와중에도 집중해서 선생님 말씀을 잘 따라오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정말 대견하고 부러운 아이들이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유치원 아이들이 모니터 앞에서 오프라인 수업만큼의 집중도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것 같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만 전달할 수 있는, 그리고 친구들과 직접 만나서 상호작용을 통해 배우는 것도 큰 부분이라는 걸 새삼느꼈다. 실시간 수업이라 선생님과의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서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는데, 1-1도 아니고 1대 여러 명이다 보니 관심을 한 번에 온라인상으로 집중시키는 것부터가 어려운 것 같다.


언젠가 아는 지인이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고 했었다. 동영상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녹화된 교수님 강의 켜놓기만 하고 드라마를 봤다고 했다는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수업일수를 채우는 것이 졸업 요건이고 동영상 강의 재생 여부만 보고 출석 여부를 판단한다고 했다. 학습을 하고자 하는 스스로의 의지가 있다면 온라인도 나쁘지 않지만, 만약 의지가 없다면 그냥 틀어놓고 전혀 보지않는 것을 과연 학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온라인학습은 동기부여가 중요한것 같다. 사실 선생님들도 실험적 과정을 거치는 거지만 아이들을 보는 엄마 입장에서도 주변 환경을 온라인에 맞도록 신경 써야 할 거 같다. 이번 주말에는 조금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재택근무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이 있듯이 재택학습도 비슷한 방법으로 시도해봐야겠다.

일단 주변에 집중에 방해되는 것들을 치워두고, 아이도 학교 가는 것처럼 씻고 옷도 외출복으로 갈아입혀봐야겠다. 장소도 방해 요소가 적은 서재 안에서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4월 말까지 꼼짝없이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그때까지 과연 무사히 진행할 수 있을까.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교육 방법을 테스트 한다는점에서는 좋은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봐야할텐데,

매주 온라인 학습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할수 있을지, 무엇보다 어떻게 해야 아이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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