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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Mar 30. 2020

아이와의 시간을 위한 육아휴직

가족과의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

이제 아이들이랑 시간을 마음껏 보낼 수 있게 돼서 기뻐.


싱가포르로 1년간 파견근무를 왔었던 호주 출신 동료 P가 지난주 금요일 싱가포르 지사 출근의 마지막 날 우리에게 한 말이었다. 항상 웃는 표정의 사람 좋은 동료였던 그를 앞으로 같은 팀에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우리 팀 모두는 아쉽고 섭섭해했다.


P는 나처럼 아이가 둘이 있는 아빠다. 호주에서 사업을 하는 그리스인 와이프와 결혼해서 지금은 너무 귀여운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5살, 2살인 아이들의 나이도 비슷해서 우리의 스몰토크 주제는 항상 아이들 관련 이야기였다. 만나면 아이들 사진이나 비디오 보여주면서 얼른 아이들이 보고 싶다고 했다. 파견 나와있는 중에도 거의 한달에 한번 주말에는 가족이 있는 호주로 갔다. 이곳에서 왕복 8시간 거리인데 피곤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커서 비행시간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싱가포르 근무가 끝나서 다시 가족이 있는 호주로 돌아가는 그에게 앞으로의 플랜에 대해 물어보니 그동안 싱가포르에 파견 와서 아이들을 자주 보기가 힘들었으니 집중적으로 아이들과의 시간을 마음껏 보내기 위해 3개월 동안 육아휴직에 들어간다고 했다. 아빠를 보고 싶어 한 아이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하며...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내야지만 새로운 부서로 출근하기 전에 에너지 충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참 자상한 아빠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이 임신해서 아이 출산을 위해 몇 개월간 출산휴가를 들어가는 케이스는 흔히 보아왔지만, 아이 아빠가 신생아 케어를 위해서가 아닌, 그냥 순수하게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는 점이 솔직히 놀라웠다. 그것도 몇 주도 아니고 석 달 간의 시간 동안.


나는 평일엔 회사를 다니고, 주말에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달린다고 느낀다. 주말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치 영혼이 탈출하는 것 같은 피곤함이 몰려와 오히려 회사를 오는 것이 차라리 편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커피 한잔 정도의 여유는 있으니까) 그런데 석 달 간의 시간을 오로지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투자하는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매니저는 그의 플랜을 환영하며 기꺼이 이해해주었다. 당연히 가족과의 시간은 소중한 것이며, 그 3달 동안 아이들에게 최고의 아빠가 되어주고 다시 돌아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케이스가 우리 팀에서 처음은 아니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시 (싱가포르는 초6학년 때 인문계/실업계를 결정하는 졸업시험을 보는데 이 시험이 거의 우리나라로 따지면 수능시험처럼 중요하게 간주된다) 때문에 8개월 동안 아이의 입시 뒷바라지를 위해 휴직을 선택한 동료도 있었다. 다시 복귀한 그녀에게 휴직기간에 어땠냐고 물어보면 그녀는 휴직을 한건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으며 그동안 일하느라 소홀해진 아이와의 관계도 회복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고, 아이와 시간도 보내고 시험 결과도 잘 나와서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커리어를 잠시 멈추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쩌면 한번 쯤은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혹시 휴직 이후에 만약 다시 돌아올 일자리가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두려움은 없었냐고 물어보자 그는 무조건 가족이 우선이며, 직장은 다시 구할 수 있지만, 가족과의 시간이야말로 지금 놓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다고 했다. 



잠시 멈춤은 장기적인 커리어 플래닝에서 봤을 때 어쩌면 꼭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커리어도 어차피 궁극적으로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라는 것. 커리어를 잠시 멈추는 휴직은 경력단절이 아니며, 특히 멈추는 이유가 아이들과, 혹은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일 때 그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동료들을 통해 배우고 있다. 가족과의 시간을 보낸 이후에 일을 더 열심히 하는 동기부여를 받는 그들을 보면서 나도 역시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해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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