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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Mar 20. 2020

부디 좋은 헬퍼 이모 만나게 해 주세요

어떤 면접보다 긴장되는 가사도우미 언니와의 면접

우리 집에서 일하고 계신 헬퍼 언니의 계약기간이 끝나간다.


이곳의 헬퍼 계약기간은 보통 2년 주기인데 미얀마 분인 현재 헬퍼 언니는 아이들도 잘 돌봐주고, 태어날 때부터 돌봐준  둘째가 특히 너무 잘 따른다. 집에 가서 둘째를 안아주려고 하면 항상 울먹거리며 헬퍼 언니에게로 뛰어간다. 엄마보다 헬퍼 이모를 더 엄마처럼 따르는 아가를 보고 있자면 허탈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언니가 아가를 잘 돌봐주고 있는 의미도 되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안심이 되기도 한다.


아가를 잘 봐주시는 우리 헬퍼 언니는 나에게 있어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특급 인재나 마찬가지였다. 엄마에제일 중요한 건 아이를 잘 봐주는 이모님이기에 웬만하면 계약 연장을 하고 싶었다. 지난주에 이제 계약이 끝나가는데 앞으로 월급을 조금 더 올려줄 수 있으니 우리 집에서 계속 일하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쉽긴 해도 본국에 두고 온 딸이 보고 싶어서, 그리고 딸이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에 챙겨줘야 할 것이 많을 것 같아서 연장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아기 엄마로서 아이를 보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기에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분을 물색할 수밖에...


아이가 둘 있는 워킹맘인 나에게 헬퍼 이모는 필수이다.


예전 싱글일 때는 헬퍼 이모를 고용하는 건 부자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흔히 드라마에서 나오는 이층 집 저택 같은 곳에서 사모님 사모님 이러시면서 가사를 도와주시는 이모님의 모습이 마치 고정관념처럼 대표적인 이미지로 떠올라서. 그러나 막상 아이가 있고 회사로 복귀를 하다 보니 헬퍼 이모는 필수였다. 싱가포르의 워킹맘들은 헬퍼 이모들 덕분에 일터에서 열심히 일할수 있는 것 같다. 가사일에 아이돌보기를 일을 하면서 전부 해내기란 슈퍼우먼이 아니고선 힘든듯. 그리고 좋은 헬퍼 이모를 구하는 건 정말 큰 복이다. 주변에 헬퍼 이모가 행동이 이상하더라, 아이를 학대했다더라, 등등 괴담들도 신문에 나오기도 했고 지인들로부터도 정말 많이 들었다. 싱가포르는 주변 국가인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출신의 가사도우미가 이곳으로 와서 본국보다 훨씬 급여를 많이 받을 수 있기에 싱가포르에 와서 받은 급여를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는 식으로 일한다. 우리 집에서 일하는 언니도 월급을 받으면 전부 미얀마에 있는 가족에게로 보낸다.


외국인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족에게 송금하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한다. 그리고 헬퍼 이모가 아이 엄마인 경우엔 얼마나 아이가 보고 싶을지 안타깝기도 하다. 우리 집 헬퍼 이모는 가끔 쉬는 시간에 노트에 옷 디자인을 그려놓는다. 그녀의 꿈은 돈을 벌어서 나중에 고향에 그녀의 의상실을 차리는거라고 했다. 예쁜 옷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 그녀는 아이들 옷이 너무 커서 사이즈를 고쳐야 할 일이 있을 때면 능숙한 바느질 솜씨로 스스로 수선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좋은 헬퍼언니의 마지막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이 에이전시로 찾아가 후보자분들을 면접하기로 했다. 에이전시를 방문할 때면 기분이 오묘한 게 가사도우미로 일하기 위해 고용주를 기다리고 있는 후보자분들이 죽 앉아있다가 단체로 인사를 하신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싱가포르로 처음 오신 분도 계시지만 오셨다가 사정이 있어서 중간에 그만두고 다른 고용주를 찾는 트랜스퍼 헬퍼분들도 많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이미 싱가포르에서 경력이 있으신 분들보다는 아예 새로 본국에서 오시는 분을 선호했기에 그분들은  아쉽게도 후보자로는 제외였다. 경력 있으신 분들은 보통 예전 고용주와의 비교를 하는 등, 불만이 쌓인다던지 하기 쉽기 때문에 아예 새롭게 시작하시는 분들이 경험상 더 좋았다.


미얀마에서 새로 오시는 분들을 면접했기에 먼저 이력서 프로필을 보고 비디오 콜로 면접을 진행했다. 이력서에서 내가 제일 중요하게 보는 건 바로 아이를 돌본 경험이 있는지였다. 그렇게 추려진 후보 이모님들과 면접, 이번은 처음은 아니었지만 면접 때면 항상 긴장된다. 어떤 분들일까, 과연 우리 아이들을 사랑으로 잘 돌봐주실 수 있는 분들을 만날수 있을까.


질문은 보통 아이 돌보는 경험, 가사에 대한 건데, 미얀마분들은 영어를 잘 못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뭐랄까, 질문을 하면 답변은 미리 외운 것으로 대답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에 2명 정도를 면접을 보면서 긴가민가 하다가 세 번째 면접자로 마음에 쏙 드는 분이 계셨다. 첫인상 6초 정도의 찰나가 중요하고 직감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단 몇 분 만에 면접이 끝났고 선택 후 에이전시 계약서를 작성하면 된다.


면접 한 번만에 바로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 2년 동안 집안일과 아이 돌봄에 영향 가는 것이기에 최대한 심사숙고해야 할 거 같지만 이성적인 냉철한 판단보단 매우 주관적인 첫인상과 직감으로 보통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부디 내가 선택한 분이 좋은 헬퍼 분이시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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