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4. 커리어 실전 트레이닝 루틴 ④
지난 13화에서 우리는 막연한 느낌을 버리고 팩트로 내 위치를 확인하는 시장 감각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셨나요?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시장이 원하는 그것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문제는 방법입니다. 면접장에서 말로만 "저 열정 있습니다", "잘할 수 있습니다"라고 외치는 것과,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해 온 흔적이 눈앞에 있는 것은 천지 차이입니다. 측정되지 않는 성장이 착각이듯, 표현되지 않은 실력은 없는 실력과 같습니다.
오늘 우리는 나를 세상에 증명하는 두 가지 무기를 갈고닦아보려고 합니다. 하나는 채용 시장의 기본 방어 무기인 [경력기술서]이고, 다른 하나는 나를 차별화하는 공격 무기인 [개인 콘텐츠]입니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할 때, 당신의 커리어를 비로소 시장에 증명할 수 있게 됩니다.
업무 일지가 아닌 제안서를 준비해야 합니다
많은 분이 경력기술서를 "내가 한 일의 나열"로 착각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수천 개의 이력서를 검토한 시선에서 냉정하게 말씀드리자면, 그저 업무 나열만으로는 수많은 지원자 속에서 당신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경력직 채용의 본질은 '지원하는 회사에는 없었던, 당신만의 시간과 경험을 사는 것'입니다. 따라서 경력기술서는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라, "내 경험이 그 회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득하는 매력적인 제안서여야 합니다.
'무엇을 했는가'를 넘어,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세요.
1) 남들과 무엇이 달랐는가? 같은 일을 해도 접근 방식은 다릅니다. 당연한 관행을 뒤집었거나, 새로운 시도를 한 지점을 적으세요.
2) 왜 나였기에 가능했는가? 결과만 나열해서는 재현 가능성을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시장 상황이 좋아서였는지, 동료 덕분이었는지, 온전히 내 실력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성과를 만든 나만의 강점을 명확히 드러내세요. 결국, 상대 회사에서 확인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입니다. "이 사람이 우리와 함께했을 때, 우리 회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인가?"
3) 무엇을 배웠는가? 숫자 너머에 있는 '사람'을 보여주는 질문입니다. 성공 경험뿐만 아니라 실패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었는지가 드러나야 합니다. 이것은 이 사람이 앞으로 새로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이력서는 면접관이 당신을 만나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예고편이어야 합니다.
당신의 예고편은 본편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나요? 그래야만 비로소 '면접'이라는 본편을 상영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나를 찾아오게 만드는 '인바운드' 시스템"
경력기술서는 강력하지만 치명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내가 지원해야만 작동하는 수동적 도구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잘 써도 서랍 속에 있으면 무용지물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두 번째 무기가 필요합니다. 내가 자고 있는 동안에도 24시간 나를 대신해 증명하고, 기회를 끌어당기는 능동적 도구, 바로 개인 콘텐츠입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방법은 많지만, 직장인이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은 단연 글쓰기입니다.
왜 하필 '글'이어야 할까요?
1) (사고의 정밀화) AI 시대의 필수 생존 기술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것만 보고, AI가 요약해 주는 것만 읽다 보면 어느새 본인이 인지하지도 못하게 '스스로 생각하는 근육'이 퇴화합니다. 글쓰기는 이 흐름을 거스르는 훈련입니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막연한 생각을 문장으로 정리하다 보면, 내가 했던 업무를 제삼자의 관점에서 다시 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왜 이렇게 했을까?", "더 좋은 방법은 없었을까?"를 고민하게 되고, 구조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집니다.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이 일을 잘할 확률이 높은 이유는, 글쓰기 자체가 업무의 본질을 꿰뚫는 사고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2) (경험의 자산화) 휘발되지 않는 전문성
흘러가는 업무는 기억일 뿐이지만, 기록된 업무는 역사이자 자산이 됩니다. 하루하루의 고민과 해결 과정이 쌓이면, 그것은 누구도 복제할 수 없는 나만의 전문성 아카이브가 됩니다. "저 이런 경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 경험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기록해 둔 10편의 글이 당신의 깊이를 더 확실하게 증명합니다.
3) (기회의 연결) 닫힌 문을 여는 열쇠
발행된 글은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결이 맞는 사람들을 끌어당깁니다. 나의 고민에 공감하는 동료, 업계의 선배, 혹은 새로운 비즈니스 파트너까지. 제 경험상 이력서만으로는 절대 닿을 수 없었던 새로운 사람들과의 연결, 그리고 컨설팅의 기회를 열어준 것은 기고문 한 편이었습니다.
어떻게 써야 할까요? : 진입장벽을 낮추는 세 가지 방법
이렇게 말씀드리면, 나는 글재주가 없는데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가장 먼저 앞서실 것 같습니다. 걱정 마세요. 우리는 문학 작품을 쓰려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써야 할 것은 일종의 '나만의 비법서' 혹은 '비밀노트'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내 경험을 나만의 요령으로 남긴다고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단순히 "오늘 무슨 일을 했다"라고 적으면 업무 일지지만, "이 일을 잘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적으면 훌륭한 콘텐츠가 됩니다. 막막하다면, 내년에 입사할 후배에게 이 업무를 인수인계해 준다고 상상해 보세요. 친절한 사수가 되어 딱 세 가지만 정리해 주는 겁니다.
1) 담당 업무의 '본질'에 대한 한 줄 정의
남들이 보기에 사소한 일이라도, 내가 어떻게 정의하고 프레임을 만드느냐에 따라 일의 가치가 달라지고, 나만의 특별한 자산이 됩니다.
‘월말 데이터 정리는 단순히 숫자를 엑셀에 채워 넣는 반복 작업이 아니라, 우리 팀의 지난 한 달 성적표를 분석하고 다음 달 전략을 제안하는 '의사결정의 기초 자료'다라고 표현하면,
이 일은 지루한 '반복 작업'이 아니라 팀의 방향을 제시하는 '분석 업무'로 재탄생합니다.
이 한 줄의 정의는 단순한 문장 꾸미기가 아닙니다. 읽는 사람에게 '나는 일을 단순히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의 가치를 해석하고 주도하는 사람'이라는 강력한 시그널을 줍니다. 누구나 하는 일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정의함으로써, 당신은 대체 가능한 '부속품'이 아닌 대체 불가능한 '생각하는 인재'로 각인되는 것입니다.
2) 나만 아는 '디테일'
교과서적인 이야기 말고, 현장에서 부딪히며 깨달은 팁을 적으세요. 일례로, '미팅 분위기가 딱딱할 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보다 클라이언트의 최근 기사를 언급하며 스몰 토크를 여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다. 미팅 참석 전, 최소 30분은 클라이언트 조사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필수다.'라는 글을 쓴다면, 이제 막 이 일을 시작하는 주니어 또는 직무 전환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귀한 '실무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3) 놓치지 말아야 할 '주의사항'
실수를 통해 배운 점을 적습니다.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실패를 줄여주는 귀한 정보가 됩니다. 이렇게 쌓인 글들은 훗날 당신의 전문성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됩니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이자 '필수 콘텐츠'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허 표뿐만 아니라, 당신을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보이게 합니다. 실패를 감추는 대신 그 안에서의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그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었다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도 멘털을 붙잡고 개선책을 도출해 내는 단단한 회복 탄력성을 갖췄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 위 세 가지 방법은 나의 일을 콘텐츠로 만드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꼭 이 형식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각자의 상황과 성향에 맞는 나만의 기록 방법을 찾아 도전해 보시기를 권장합니다.)
두 무기의 시너지: 준비된 자에게 '운'은 '기회'가 된다
이력서와 콘텐츠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입니다.
•경력기술서가 "이 사람, 한번 만나보고 싶네?"라는 강력한 호기심을 준다면,
•개인 콘텐츠는 "이 사람, 함께 일하면 되겠구나!"라는 단단한 확신을 줍니다.
면접관이 이력서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당신의 이름을 검색했을 때, 치열한 고민이 담긴 기록들이 쏟아져 나온다면 어떨까요? 면접은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미 호감을 가진 동료와 대화하는 자리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무기를 평소에 갈고닦아둔 사람은 나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가 두렵지 않습니다. 회사가 흔들리거나, 갑작스러운 산업의 변화가 닥쳐와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나를 증명할 준비가 언제든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잘 정리된 이력과 꾸준히 쌓아둔 콘텐츠는 당신을 '안전지대'로 데려다줍니다. 헤드헌터의 제안이 먼저 찾아오기도 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나 강연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며, 회사 내부에서도 "저 사람은 준비된 인재"라는 평판을 얻게 됩니다.
기회는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그때 부랴부랴 이력서를 쓰는 사람과, 이미 자신의 경험을 자산으로 만들어둔 사람의 미래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표현된 것만이 존재합니다. 불확실한 시대, 그 어떤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힘은 결국 '나를 기록하고 증명하는 힘'에서 나옵니다.
자, 이제 준비는 끝났습니다. 관점, 정체성, 감각, 그리고 증명의 기술까지. 하지만 아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다음 이어지는 글에서는 이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드는 행동력에 대해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머뭇거림을 뚫고 나가는 실행의 기술,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