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냄비 속 개구리는 자신이 죽는 줄도 몰랐다

EP 13. 커리어 실전 트레이닝 루틴 ③

'느낌'을 믿지 말고 '팩트'를 믿어라

지난 11화와 12화에서 우리는 커리어의 기초 공사를 마쳤습니다. 관점을 테스트 베드로 바꾸고, 나를 한 줄의 업으로 정의했죠. 이제 당신은 회사를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전략가이자, 스스로를 정의하는 전문가로 거듭났습니다. 하지만 마음가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나 요즘 일 좀 늘었어, 꽤 성장한 것 같아."

이런 주관적인 느낌은 위험합니다. 느낌은 증명할 수 없고,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하면 언젠가 알아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에 의존하는 것은 내 커리어의 운전대를 남에게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부터 커리어는 철저히 팩트(Fact)로 관리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팩트란 거창한 통계 자료나 숫자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했고, 시장에서 내 기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눈에 보이는 증거를 뜻합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고, 보여줄 수 없으면 증명할 수 없습니다. 이번 화에서는 내 성장을 막연한 '감'이 아니라 확실한 '실체'로 만드는 첫 번째 단계, [시장 감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따뜻한 냄비 속, 서서히 죽어가는 커리어 감각

혹시 '삶은 개구리 증후군'을 아시나요? 끓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뜨거워서 바로 뛰쳐나오지만, 미지근한 물에 넣고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그 따뜻함에 취해 있다가 결국 죽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직장인의 커리어도 이와 무섭도록 닮았습니다.

"올해 인사고과 S 받았어. 나 인정받는 것 같아."
"팀장님이 칭찬하셨어. 이 정도면 내가 잘하고 있는 거겠지?"

이런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지금 '따뜻한 냄비' 속에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장 '경계 모드'로 전환해야 합니다.


사내 평가는 '상대평가'입니다. 당신 팀 안에서의 순위일 뿐, 시장 전체에서의 위치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반면, 시장 평가는 '절대평가'입니다. 우물 안 1등이라고 해서 바다에서도 1등인 건 아닙니다.

시장은 냉정합니다. "당신 회사에서 얼마나 사랑받고 있나요?"라고 묻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 당장 우리 문제를 풀 수 있나요?"만 묻습니다.


사내 평가에 취해 안주하는 순간, 당신은 서서히 '시장 감각'을 잃어갑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회사가 흔들리거나 이직을 고려하게 되면, 그제야 뼈아픈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내가 가진 역량의 객관적인 시장 가치를 전혀 모르고 있었구나." 옆자리의 동료가 아니라, 시장 전체를 무대로 나의 위치를 확인하는 '마켓 센싱'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3가지 실전 루틴을 소개합니다.


시장 감각을 깨우는 3가지 실전 루틴

① 역량 자가 진단 (Self-Check)

10화에서 간단히 살펴봤던 B(행동 역량), S(시장 스킬), E(성장 환경) 개념을 기억하시나요? 이것은 한 번 하고 끝내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내 커리어의 병목을 찾는 '정기 건강검진'입니다.

최소 6개월(반기) 단위로 체크해 보세요. 점수를 확인했다면, 그 다음은 막연한 결심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 교정'이 필요합니다.


B(행동)가 병목이라면?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일해야 합니다. "앞으로 꼼꼼하게 해야지"라는 다짐은 3일이면 무너집니다. 의지에 기대지 말고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행동 예시 1 : 사내에서 가장 일 잘하는 동료의 하루 루틴(이메일 처리, 회의록 작성법, 시간 배분)을 그대로 내 업무에 적용해보는 것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

•행동 예시 2 : 매주 금요일 10분, 나만의 주간 회고 시간을 고정으로 잡으세요. 한 주 동안 반복된 실수가 무엇인지 기록하는 시간이 당신의 실수를 절반으로 줄여줍니다.


S(기술)가 병목이라면? '공부(Input)'는 그만하고 '결과(Output)'를 만들어야 합니다. 강의를 듣고 책 읽는 건 '준비'지 '실력'이 아닙니다. 배운 것을 당장 업무에 써먹어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남겨야 내 것이 됩니다.

•행동 예시 1: AI를 '사수'처럼 활용해 내 기획안을 업그레이드하세요. 작성한 메일이나 보고서를 ChatGPT에게 입력하고 "논리적 허점이 없는지 검토해 줘", "더 명확한 표현으로 다듬어 줘"라고 요청하세요. 사수가 없어도 AI 피드백을 통해 내 결과물의 퀄리티를 즉시 높일 수 있습니다.

•행동 예시 2 : 반복되는 업무를 나만의 매뉴얼(체크리스트)로 만드세요. 같은 일을 두 번 이상 한다면 무조건 프로세스로 만드세요. 머릿속 노하우를 문서로 정리하는 순간, 그것은 단순 업무가 아니라 내가 설계한 솔루션이라는 강력한 스킬 자산이 됩니다.


E(환경)가 병목이라면? '산소호흡기'를 외부에서 찾으세요. 당장 이직할 수 없다면, 말라죽지 않기 위해 외부에서 성장의 공기를 수혈해야 합니다.

•행동 예시 1: 점심시간을 활용하세요. 한 달에 한 번은 타 부서 동료나, 다른 회사 지인과 '목적 있는 점심(Coffee Chat)'을 하세요. 회사 밖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시야가 트입니다.

•행동 예시 2: 네트워킹을 만드세요. 멘토(선배), 페이스메이커(동료), 트레이너(코치) 등 나를 자극하는 '사람'을 곁에 두세요. 사내에서 찾기 힘들다면 업계 커뮤니티나 소모임에 나가는 것이 훨씬 빠른 해결책입니다.


막연한 불안감을 지우는 유일한 방법은, 내 상태를 객관적인 숫자로 확인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혼자서는 이 과정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운동할 때 PT 선생님이 필요하듯,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점검해 줄 동료나 파트너, 혹은 전문 커리어 트레이너를 찾아 이 과정을 함께하는 것도 훌륭한 전략입니다.


(* 지난 10화가 현재 상태를 빠르게 점검하는 진단이었다면, 오늘 공유드릴 60문항은 보다 정밀하게 구조를 들여다보는 과정입니다. 글 하단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② JD 정독과 지원 (Market-Check)

가장 확실한 '시장 가치 확인' 방법입니다. 이직할 마음이 없더라도 내가 가고 싶은 회사, 혹은 업계 탑티어 회사의 채용공고(JD)를 정독해 보세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관심 있는 공고 5~10개를 모아 다음 3가지 항목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키워드에 형광펜을 칠해보는 겁니다.

주요 업무

자격 요건

우대 사항

그 다음 내 이력서를 옆에 두고 비교해 봅니다. 시장이 요구하는 키워드 중 내가 갖춘 것은 무엇이고, 부족하거나 아예 모르는 것은 무엇인지 냉정하게 격차(Gap)를 파악하세요.


더 확실한 확인을 위해 1년에 한두 번은 연습 지원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꼭 제출 버튼을 누르지 않더라도, 내 이력서를 지금 당장 낼 수 있는 수준으로 업데이트해 보는 과정 자체가 큰 공부가 됩니다. 만약 지원했다면, 서류 탈락은 "네 기술이 아직 부족해"라는 신호이고, 면접 제안은 "네 경력이 매력적이야"라는 신호입니다. 이 뼈아픈 자각이 당신의 향후 커리어 방향성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됩니다.


③ 탑티어 프로파일링 (Benchmark)

거창한 롤모델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링크드인이나 업계 커뮤니티를 통해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Top-tier)'을 찾아보세요. 그들은 어떤 키워드로 자신을 소개합니까? 어떤 프로젝트를 경험했고, 어떤 스킬셋을 가지고 있습니까? 단순히 부러워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전략을 철저히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그들과 나 사이의 '격차'를 메우는 것이 곧 당신의 다음 1년 목표가 됩니다.


측정되지 않는 성장은 착각이다

감각 없이는 방향을 잃습니다. 우리가 다이어트를 할 때 체중계 위에 올라가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되듯, 커리어 성장에서도 내 위치를 확인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당장, 사내 고과표가 아닌 시장의 눈으로 나를 점검해 보세요. 따뜻한 냄비 밖으로 튀어 올라야만 살 수 있습니다. 나의 부족함을 아는 것, 그것이 진짜 생존과 성장의 시작입니다.


자, 이제 내 위치를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가진 역량을 어떻게 세상에 증명해야 할까요? 다음 화에서는 생각과 경험을 눈에 보이는 '실체'로 만드는 기술, [커리어 가시화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CareerFit 역량 진단(Full Ver)

지난 10화에서는 핵심만 추린 '15문항 약식 버전'을 보여드렸습니다. 하지만 내 커리어의 진짜 병목을 찾기 위해서는 더 정밀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확실한 성장을 위해, 제가 현장에서 사용하는 [CareerFit 자가진단 60문항 전체 버전]을 공개합니다.


시간을 내어 직접 체크해 보세요. 나의 역량 기반의 커리어 경쟁력을 숫자로 확인하는 순간, 막연했던 불안감은 사라지고 구체적인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링크] CareerFit 60문항 진단하러 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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