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주도권 되찾기, 회사는 내 성장의 '실험실'이다

EP 11. 커리어 실전 트레이닝 루틴 ①

진단은 끝났다, 이제 '체질'을 바꿀 차례다

지난화에서 우리는 내 커리어를 가로막고 있는 결정적인 병목을 찾아냈습니다. B(행동 역량), S(시장 스킬), E(성장 환경) 중 가장 낮은 점수. 바로 그곳이 당신의 피땀 어린 노력을 냉정하게 '0점'으로 만드는 숨은 범인이었죠.


병명을 알았으니, 이제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할 차례입니다. 오늘부터 꽉 막힌 혈을 뚫고 야생에서도 살아남게 해 줄 [커리어 실전 트레이닝 루틴]을 공개합니다. B, S, E 중 어느 영역이 부족하게 나왔든 상관없습니다. 이 루틴들은 특정 증상만 덮는 반창고가 아니라, 당신의 커리어 근본 체력을 바꿔놓을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 대장정을 여는 첫 번째 열쇠는 바로 ‘관점’입니다.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지 않으면 행동도 스킬도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진단에서 ‘성장 환경(E)’ 점수가 낮게 나왔다면, 아마 이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회사가 별로인데, 내가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겠어.”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너무나 현실적인 반응이니까요. 다만, 이 생각이 머릿속에 오래 머무는 순간, 아무리 좋은 스킬을 배워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 쉽습니다. 환경 탓을 멈추고, 회사를 내 성장의 도구로 활용하는 쪽으로 관점을 옮기는 것. 그렇게 내 커리어의 진짜 주인이 되는 법,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회사는 월급 주는 곳이 아니라, 내 성장의 '테스트 베드'다

출근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회사가 나를 키워주지 않아."
"여긴 배울 게 없어."
"그냥 시간만 흘러가는 기분이야."

진단 점수가 높든 낮든, 만약 당신이 지금 ‘회사가 나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면 그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신호'에 가깝습니다. 물론 환경은 중요합니다. 척박한 토양에서 좋은 씨앗이 자라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진짜 경계해야 할 적은 열악한 환경 그 자체가 아닙니다. "회사가 별로라 성장 못 한다"며 멈춰 선 태도입니다.


환경을 탓하며 '피해자' 자리에 숨는 순간, 우리는 회사가 무언가를 떠먹여 주길 바라는 '소비자'가 됩니다. 하지만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1년쯤 지나 그곳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또다시 같은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기도 시스템이 없네요", "여기도 경영진이 방향을 못 잡네요" 하고 말입니다.


이제 관점을 180도 뒤집어야 합니다. 회사는 나를 가르쳐주는 '학원'이 아닙니다. 내 역량을 마음껏 실험하고 증명하는 '테스트 베드(Test Bed)'입니다.


상처받지 않고 실속 챙기는 '현실적 이기주의'

사실, 여기까지 읽으시고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회사를 실험실로 여기라"는 말이 너무 교과서적이고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죠. 꽉 막힌 상사, 배울 것 없는 업무 환경 속에서 주도성을 갖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이 관점의 전환이 절실합니다. 이것은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철저히 당신의 '멘탈'과 '실속'을 챙기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회사에 실망하고 상처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의식 중에 회사를 '나를 가르쳐주고 챙겨줘야 하는 학교'로 기대하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기대를 낮추고 관점을 살짝만 비틀어보세요. 회사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내 몫을 챙길 수 있습니다.


관점 비틀기 1.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 '실험실'이다. 누군가 친절하게 가르쳐주길 기다리면 실망만 쌓입니다. 오히려 "시스템이 없다"는 건 "내가 체계를 잡아볼 기회"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회사의 자본과 데이터를 이용해 내 가설을 실험해본다고 생각하세요. 맨땅에 헤딩하며 얻은 그 경험치가 진짜 내 실력이 됩니다.


관점 비틀기 2. 상사는 '선생님'이 아니라 '클라이언트'다. 상사를 선생님으로 보면 "왜 안 가르쳐주지?"라고 원망하게 되지만, 까다로운 클라이언트로 보면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을 설득해서 내 기획을 통과시킬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얻는 '설득의 기술'은 온전히 내 것이 됩니다.

관점 비틀기 3. 업무는 '숙제'가 아니라 '내 자산'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숙제가 아니라, 나중에 이직할 때 쓸 '성공 사례'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세요. 단순한 위기 관리도, 비효율을 개선하는 과정도 훗날 나를 증명할 아주 훌륭한 포트폴리오 재료가 됩니다.


결국 이 마인드셋은 회사를 위한 헌신이 아닙니다.어떤 환경에서든 내 실속 또한 놓치지 않기 위한 '가장 똑똑한 생존 전략'입니다.


실전 적용: 테스트 베드 마인드셋 3단계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회사라는 환경을 내 성장의 토대로 만들 수 있을까요? 다음 3단계 루틴을 내일부터 당장 적용해 보세요.


1단계: 업무에 나만의 '숨은 미션'을 심으세요

회사에서 주는 업무를 '해야 할 일(To-do)'로만 보지 마세요. 우리는 그 일을 통해 나의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지루하거나 답답한 상황일수록, 그 안에 나를 훈련할 숨은 미션을 하나 심어보는 겁니다.

반복 업무를 하며 : “이 비효율을 어디까지 줄일 수 있을까?”

모호한 지시를 받으며 : “내가 먼저 구조를 잡아 제안해볼 수 없을까?”

매번 같은 실수가 반복될 때 : “기준(매뉴얼)을 하나 만들어보면 어떨까?”

협업이 꼬일 때 : “감정 말고, 데이터 기반으로 좀 더 논리적으로 설득해보면 어떨까?”

돌발 상황이 터졌을 때 : “이건 내 위기관리 능력을 증명할 기회다.”


혹시 "일 잘하는 사람은 다 하는 거 아니야?" 싶으신가요? 맞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 경력이 꽤 쌓인 미들급이나 시니어라면 조금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인사 담당자로서 수많은 직장인과 면담하며 반복해서 느낀 점은 달랐습니다. 연차와 직급을 막론하고, 회사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대화 속에는 늘 비슷한 말들이 등장했습니다.

"타 부서랑 소통이 너무 안 돼요."
"R&R이 불분명해서 일하기 힘들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결코 일을 못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주변에서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던 사람들이었죠.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마인드셋'입니다. 내가 회사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프레임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태도와 결과, 그리고 가져가는 성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2단계 : 회사의 자원을 '실험 도구'로 활용하세요

관점을 바꾸면 직장인만의 특권이 보입니다. 창업가는 '내 돈'을 태우며 배우지만, 직장인은 '월급'을 받으며 실험할 수 있습니다. 이 압도적인 차이를 3가지 특권으로 풀어보겠습니다.


특권 1. 안전한 실패, 리스크가 '0원'입니다 | 창업가는 실패하면 빚을 지지만, 직장인은 실패해도 월급이 나옵니다. 새로운 툴을 도입해보고, 과감한 기획을 던져보세요. 그 비용은 회사가 감당합니다. '안전한 실패'는 오직 직장인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특권 2. 비즈니스 인사이트, '고급 데이터'를 공짜로 봅니다 | 시장의 반응, 고객의 날 선 클레임, 매출의 흐름... 회사 밖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리얼한 비즈니스 데이터입니다. 이 귀한 자료들을 마음껏 뜯어보며 '돈 버는 감각'을 내 것으로 만드세요.

특권 3. 네트워킹, 회사의 간판으로 '전문가'와 연결됩니다 |"안녕하세요, ㅇㅇ의 김윤진입니다." 이 한마디면 사내외 전문가, 협력사 미팅이 쉬워집니다. 회사의 타이틀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맨몸으로는 만나기 힘든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쌓으세요.


회사를 나를 책임져줄 '보호자'로 보지 말고, 내 성장을 위해'인프라를 대여해 준 투자자'로 바라봐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활용할수록 남는 장사입니다.


혹시 "회사를 너무 이용하는 거 아니야? 너무 계산적인가?"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따져가며 일하는 것은 '주인의식이 없는 태도'라고 생각했고, 더 나아가 이기적인 속물처럼 느껴졌죠. 회사가 부여한 일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헌신하는 것만이 미덕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일 잘하는 사람들은 '회사를 영리하게 활용한다'는 것을 한참 뒤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회사를 악용하라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고 '둥둥 떠다니는' 수동적인 태도를 경계하자는 것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시키는 일만 하는 '착한 직원'보다 그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스스로 성장하려는 '욕심 있는 직원'이 훨씬 더 큰 성과를 가져옵니다. 이것은 이기적인 계산이 아니라, 나와 회사가 함께 크는 가장 현명하고 확실한 전략임이 분명합니다.


3단계: '실험 결과'를 경력기술서의 언어로 기록하세요

아무리 좋은 실험도 기록하지 않으면 '증발'합니다. "저 전 직장에서 열심히 했는데요"라는 말은 힘이 없습니다. 대신 이런 말은 힘을 가집니다.

“이런 문제를 발견했고, 이렇게 접근해서, 이런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기록의 방식입니다. 일이 많고 정신없는 환경일수록 기록은 필수입니다. 퇴근길에 "오늘 내가 하루 종일 뭐 했지?"라고 자문했을 때, 허무하게도 기억나는 게 없었던 적 있지 않으신가요?


그럴 때일수록 나를 위해 챙기는 '커리어 영양제'라 생각하고, 퇴근 전 딱 5분만 투자해 보세요.

아래의 [P-A-R 3줄 일지]를 쓰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하루는 '증발'하지 않고 '축적'됩니다.


[실전 기록 가이드: P-A-R 기법]

중요한 건 잘 쓴 글이 아니라, 나중에 꺼내 쓰기 쉬운 기록입니다.

• Problem (가설/상황) : '불만'이 아니라 '원인'을 적습니다. 감정적인 짜증은 빼고, 내가 왜 움직여야 했는지 해결해야 할 문제 상황을 적습니다.

• Action (시도/행동) : '노력'이 아니라 '방법'을 적습니다. "열심히 했다"는 말 대신, 구체적으로 어떤 도구와 방식을 선택했는지 적습니다.

• Result (결과/배운 점) : '성공'이 아니라 '변화'를 적습니다. 거창한 숫자가 아니어도 됩니다. 시간이 얼마나 줄었고, 무엇이 개선됐는지 '달라진 점'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3줄 일지 예시]

P : 매주 월요일마다 판매 데이터를 수기로 취합하느라 오전 시간을 거의 다 씀. 너무 비효율적임.

A : AI 도구와 엑셀 매크로를 활용해 자동 취합 양식을 직접 만들어봄.

R : 작업 시간이 4시간에서 10분으로 줄어들었음. 확보된 시간으로 데이터 분석 업무까지 확장함.


▼ 6개월 뒤, 이 기록은 경력기술서에서 이렇게 바뀝니다.

[판매 데이터 집계 프로세스 자동화 기존 수기 취합 방식을 ○○ 도구로 자동화·고도화하여주간 업무 공수를 95% 절감(4H → 10min)하고 팀 업무 효율성 개선에 기여


보이시나요? 오늘 적은 시시콜콜한 '3줄 일지'가 모여, 훗날 당신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팩트’가 됩니다. 회사가 시키는 일만 하면 '남의 기록'이 되지만, 내가 미션을 심고 기록하면 '나의 역사'가 됩니다.


결국 남는 것은 '나'여야 한다

같은 회사, 같은 업무라도 누군가는 소모되고, 누군가는 축적됩니다. 그 차이는 능력이 아니라 회사를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회사는 나를 키워주는 곳이 아니라, 내가 나를 단련하는 실험실이어야 합니다.


회사를 내 성장의 실험실로 쓰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날카로운 질문 하나가 떠오릅니다.

“그래서 회사라는 타이틀을 떼고 나면, 나는 정확히 어떤 사람이지?”

지금 다니는 회사 이름을 가리고, 명함에 적힌 직함을 지우고 나면, 나는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제가 그랬듯 많은 분들이 이 질문 앞에서 말문이 막히게 됩니다.

“저는 A사 마케팅 팀장입니다.”
“B사 인사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냉정히 말해 이것은 정체성이 아니라 소속입니다. 퇴사하는 순간 사라질 배경이죠.

실험실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험을 주도하는 ‘나’라는 알맹이는 남아야 합니다. 이번 화에서는 회사가 사라져도 시장에서 통용되는 단단한 한 줄의 정체성, 즉 ‘업(業)’을 정의하는 법을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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