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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저는 무조건 교사 할 건데요?

by 커리어걸즈

내가 교사를 꿈꾸게 된 건 16살, 중학교 3학년 때다. 고등학교 입학을 1년 앞둔 그때부터, 내 인생엔 하나의 질문이 늘 따라다녔다.


“왜 선생님이 되고 싶나요?”


그 질문은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상황 속에서 나를 다시 찾아왔다. 학창 시절엔 담임 선생님들이 물었다.“너는 왜 교사를 하려는 거야? 문과면 경영이나 다른 과도 괜찮지 않아?”


사범대 시절엔 동기들이 물었다. “너는 왜 영어교육과를 선택했어?”


교사가 된 후엔 학생들이 물었다. “쌤은 왜 선생님이 되셨어요?”


이 질문에 대해 늘 같은 대답을 했다. 10년 넘게 써먹은, 그러나 진심이 담긴 만능 답변이 있다. “중학교 3학년 영어 스토리텔링 봉사활동이 계기였어요.”


중학교를 홈스쿨링으로 마쳤다. 치열한 입시 환경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졌으면 한 부모님의 교육관이 낳은 선택이다. 외진 전원주택에서 3년 간 EBS로 중학교 교육과정을 공부했다. 고등학교는 대입을 위해 다녀야 했지만, 입학 조건으로 필요한 중학교 봉사활동 시간이 문제였다. 마침 동네에 새로 생긴 도서관에서 영어 책을 읽어주는 봉사자를 모집했고, 운명처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그렇게 나는 16살에 영어 스토리텔링 봉사를 시작했고, 그 활동은 내 삶의 전환점(Inflection Point)이 되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6살에서 10살 사이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어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을 미리 골라 강조할 단어, 추가 설명이 필요한 개념, 던질 만한 질문 등을 준비했다. 아이들이 올망졸망한 눈으로 책을 따라 읽고,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자연스럽게 나는 매주 그 시간이 기다려졌다.


나를 믿고 찾아오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믿어주는 학부모들. 그들의 신뢰 속에서 보람을 느꼈고, 어느새 교직이라는 커리어에 스며들었다.


만약 그때 이 봉사활동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국제학부나 정치외교학부에 진학했을 것이다. 외국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일하는 커리어를 꿈꾸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학교에서 심신이 지치는 날이면 가끔 가보지 않은 ‘다른 길’을 상상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나는 선생님이라는 옷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영어를 매개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이 길이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을 안다. 이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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