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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매일 학교로 출근하는게 좋아요!

by 커리어걸즈

20년 차 선배 교사가 우스갯소리로 던진 말이 있다.


교사는 IMF 때 인기 직종이었지.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만 해도 사범대는 높은 내신을 요구했고, 교대를 가는 학생들의 성적은 서울대 진학이 가능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교사’를 검색하면 나오는 건 불편한 진실들이다.


‘학부모 민원 대응법’, ‘학교에서 스스로 지키는 방법’, ‘연금 삭감’ 같은 키워드가 화면을 채운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임용된 친구들 중에서도 의원면직을 고민하거나, 아예 수능을 다시 봐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다. 어쩌면 사회적으로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이 이제 악몽으로 바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 직업이 좋다.
아니, 좋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교사만큼 다채로운 페르소나를 가진 직업군은 없다. 단단한 리더로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담임 교사, 교과 지식에 깊이를 더하는 교육자, 교내 축제에서 끼를 발산하는 일일 아이돌까지. 학교라는 공간이 교사에게 제공하는 스펙트럼은 예상보다 넓다.


게다가 정년이 보장된 안정성 위에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도전할 무대가 열려 있다. ‘노후가 보장되는 학교의 프리랜서’라는 말이 어울리는 직업이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경험 또한 교사의 특권이다.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며 입시라는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매일 만난다. 최근 들어 심리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낀다.


내신으로 서열이 매겨지는 입시 체제 속에서 가족과 친구로부터 고립된 아이들에게 교사의 말과 행동은 엄청난 무게를 가진다. 1학년을 3년 동안 가르치며 깨달은 것은 각 아이에게 지도의 ‘골든 타임’이 있다는 점이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아이의 성향에 맞춰 상담하고 지원해야 한다.


알파세대는 영상 매체로 많은 지식을 흡수하는 세대다. 논리적 사고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지만, 정작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교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마음의 태풍에 휩싸인 아이들 곁을 지키는 어른은 될 수 있다.


조금 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오늘도 나는 학교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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