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직업병
너! 진짜 학교 쌤 같아!
4년 가까이 학교에 일하다 보니 주변 지인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확실히 교사만의 특유 아우라가 있다. 동족은 동족을 바로 알아보는걸요?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반 아이가 심한 두통으로 조퇴를 희망했고, 바로 학부모님께 확인 전화를 걸었다. 많은 사람을 접한 경험이 있는 듯한 어머니의 밝고 예의바른 어조에서 느낌이 왔고, 결정적으로 ‘저희 아이를 늘 보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에서 동족의 촉이 강하게 발동했다. 감사함을 정중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식이 영락없는 교사였다. 전화를 끊고 아이에게 가볍게 던져봤다. "어머님도 혹시 교사시니?"
아이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헐.. 교사 맞는데요?" 답했다. 저의 단편적인 사례만으로 교사라는 직업군만의 색깔을 짐작하실 수 있겠죠? 구체적인 예시로 교사의 직업병을 알아보자.
MZ가 이모지(Emoji)를 애용하는 것처럼 교사는 "감사합니다"를 종결어미로 사용한다. "00쌤, 보고 기안 좀 처리해주세요~ 오전 중으로 올라가야 할 것 같아요."라고 부장 교사가 업무를 줄 때도 "네 부장님, 처리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로 말을 매듭 짓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사 간에 메신저를 보낼 때도 ‘감사합니다.’는 무조건 쓰게 된다. 물론 친한 동료 교사들끼리는 말을 더 편하게 하지만 업무 관계에서 ‘감사합니다’는 십중팔구 쓰이는 확신의 종결어미다. 분명 학교 밖인데도 식당에서 종업원이 음식을 서빙하면 "우와 맛있겠다!"보다 공손한 "감사합니다"라고 습관적으로 나오는 게 교사만의 직업병이지 않을까 싶다.
퇴근 후에도 교사 모드가 발동되는 순간이 있다. 아쿠아리움 물개쇼를 관람했을 때의 일이다. 안내원이 나와서 "여러분! 멋진 공연 준비해주신 우리 다이버님께 큰 박수 부탁드려요!"라 하면 물개 박수와 함께 관람 중인 초등학생보다 더 우렁찬 목소리로 "너무 대단하세요! 최고에요!"라고 큰 목소리로 외치는 자신을 발견한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어서 그런지 리액션이 대체로 크고 밝은 편이다. 모든 선생님이 밝고 에너제틱한 건 아니지만 체감상 내향인보다 외향인의 비중이 높은 직군이다.
하루에 아이들 수백 명을 만나는 직업이라 학생의 말, 행동, 얼굴 표정으로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다. 3월 신학기에 아이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가 가장 중요하다. 교사는 매의 눈으로 아이들을 스캔하고 학급 분위기를 파악하는 일이 몸에 베어 아이들의 특성을 비교적 빠르게 파악한다. 퇴근 후에도 학생 무리가 보이면 자연스럽게 얼굴, 복장, 악세사리 등을 훑어본다. 고등학생인 남동생이 반 단체 사진을 보여주면 아이들의 특성이 바로바로 보이고 이를 짚어내는 모습에 소름돋는 남동생의 표정에서 내심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다.